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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씩 버는데 그만둘 순 없다"…폭염에도 폐지 줍는 어르신

머니투데이 박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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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씩 버는데 그만둘 순 없다"…폭염에도 폐지 줍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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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고물상에서 양모씨(85)가 노란 조끼를 입고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박진호 기자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고물상에서 양모씨(85)가 노란 조끼를 입고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박진호 기자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가 8월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노인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온열질환자가 2768명 발생했으며 그 중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온열질환자 수는 2.6배 늘어났고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과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65세 이상이 886명으로 전체 온열질환자 중 32%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가 738명으로 가장 많았다.

온열질환자 현황/그래픽=김지영

온열질환자 현황/그래픽=김지영


서울 종로구의 한 무더위쉼터에서 만난 강신자씨(79)는 "집에서 전기세를 아끼려 에어컨을 가끔 트는 데 혼자 있으니 위험한 것 같았다"며 "차라리 매일 이곳으로 와서 에어컨 바람 쐬며 다른 사람들과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사래를 치며 "고혈압이 있어서 이렇게 더운 날은 잘 안 걸으려 하고 더 조심하게 된다. 더 더워진다니 걱정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무더위쉼터에서 만난 천모씨(83)는 "날이 더우니 혼자 있으면 우울하다. 치매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곳에서 같이 바둑도 두고 밥도 먹으면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을 보러 가끔 다니는데 지난번에는 어지러운 것 같았다. 앞으로도 덥다는데 이것도 참 사람 할 짓이 아니다"라고 했다.

8월에도 무더위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기상청은 8월 첫째 주와 둘째 주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을 각각 40%로 제시했으나 셋째 주와 넷째 주는 평균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높을 확률을 60%, 비슷할 확률을 30%로 예측했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무더위쉼터에서 천모씨(83)는 "날이 더우니 혼자 있으면 우울하다. 치매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무더위쉼터에서 천모씨(83)는 "날이 더우니 혼자 있으면 우울하다. 치매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무더위에도 경제적 이유로 야외에서 일을 그만둘 수 없어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굽은 허리로 폐지를 줍던 양모씨(85)는 "점차 (리어카를) 밀기 힘든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여름에는 더 곤욕이다"라며 "매일 비가 오는 날은 빼고 이렇게 폐지를 주워서 3000원 정도를 버는데 그걸 그냥 그만둘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자리를 떠나는 양씨의 목뒤는 이미 땀방울이 가득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더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앞으로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될 것이기에 수개월 전부터 사망 사건, 응급 체계, 쉼터 등을 선제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무더위 쉼터를 만들고 동절기에 또 쉼터를 만들기보다는 세대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학교의 남는 강당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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