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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투자 시장에도 드리운 관치금융 그림자

조선비즈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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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투자 시장에도 드리운 관치금융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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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지침을 내렸다.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상자산 관련 기업을 지나치게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는 것을 지양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업계에선 금감원의 지도를 적잖이 신경 쓰는 분위기다.

ETF는 운용사와 투자자 간 일종의 사적(私的) 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의 지침은 의아하기 그지없다. 이미 당국으로부터 투자 대상과 운용 전략 등을 심사받아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에 어떤 자산을 얼마나 담는지 간섭하는 지침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감독원은 현행 법체계에선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운용사가 ETF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스테이블 코인 기업(서클)이나 가상자산 거래소(코인베이스) 주식에 투자하는 건 아주 다른 얘기다.

게다가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코인베이스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도 매수한 종목이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구두 요청이란 방식으로 감독원이 지침을 내린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 이유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 시장에서라고 관치가 없을 줄 알았느냐”며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금융시장에선 주식을 직접 매수하거나 ETF나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거나 상관없이,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은 투자자에 있다”는 간단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물론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적 계약에 따른 투자 행위라고 하지만, 이것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면 당국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따져보자. ETF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 관련 기업이 포함되는 게 시스템 리스크와 관련이 있는지.


백번 양보해서 금융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전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가상자산 관련주가 급등락한 것도 이 과도한 지침이 내려진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터다.

하지만 투자 피해 사태가 발생하자 판매사에 투자금 100%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등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사후 투자자 보호 조치를 내리는 금융 당국의 조치들을 생각하면 이런 분석도 옹색할 뿐이다.

가상자산이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자 JP모건이나 블랙록 같은 글로벌 금융사들은 새로운 자산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사들이 앞서가는 상황은 차치하고, 우리 시장에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 있다는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 만도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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