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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4천억 달러 투자 요구’ 보도까지…“감내 가능한 범위”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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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4천억 달러 투자 요구’ 보도까지…“감내 가능한 범위”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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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 근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 근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여장을 풀 시간도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가운데 미국 쪽이 ‘모든 것을 내놔라’는 식의 압박을 가해 관세 협상이 더욱 치열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거액의 투자와 구매 약속을 받아낸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최대한 뜯어내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어느 선까지 양보할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 이른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이름 붙인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직접투자, 대출, 대출 보증 등 2천억달러(약 277조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 2배인 4천억달러를 요구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앞서 미국과 상호관세율 및 자동차 품목 관세율을 각각 15%로 하는 합의에 이른 일본은 5500억달러, 유럽연합은 6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한국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한국의 2배가 넘는다. 27개국이 속한 유럽연합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10배가 넘고,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한국의 4배가량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2천억달러도 한국에는 무리한 액수다.



정부는 이 밖에도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농축산물과 디지털 분야 등의 비관세 장벽 조정, 미국 제조업 부흥의 파트너 역할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해 설득을 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조선 분야 외에도 “반도체라 할지, 2차전지라 할지, 바이오라 할지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미 간 상호호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패키지를 마련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막판 상황을 전했다.




미국은 대규모 투자와 구매뿐 아니라 시장 개방 확대도 강조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절반짜리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 50%나 75% 수준의 시장 개방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가 부분적 양보안을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며 “지금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요구되는 조건은 완전한 개방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이 상호관세 발효일(8월1일)을 앞두고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일본 및 유럽연합과 협상을 타결한 점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일본 등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한국 등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어 가능한 한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최대의 압박’ 전술인 셈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큰 투자는 물론 쌀·소고기 수입 규제 해소 등 완전한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각 부처 장관별로 계속 더 가져오라는 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따라서 숫자 등 눈에 보이는 ‘전리품’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마지막 순간까지 배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트닉 장관이 스코틀랜드까지 따라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에게 유럽연합, 일본, 영국 같은 주요 상대들과 합의를 한 상황에서 왜 한국과 새로운 합의를 해야 하는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본영 신형철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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