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핵발전소(원전)를 식히는 냉각수 구실을 하는 바닷물의 온도가 계속 오른다면 10년 내 국내 원전 여러 기의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전 업계는 수온 상승에 맞춘 열교환기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발전 비용 상승으로 전기요금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받은 ‘국내 원전 설계해수온도 도달 예측시점’ 자료를 보면, 현재 추세로 수온이 오르면 2030년 신월성 1·2호기를 시작으로 10년 내 국내 원전 8기가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설계해수온도는 과열된 원자로를 식혀주는 바닷물의 최고 온도 제한 기준으로, 각 기기의 출력과 가용 해수량에 따라 31~36.1도로 설정돼 있다. 기준을 넘기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심하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빠른 2030년에 주변 바다 온도가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자로는 경북 경주의 신월성 1·2호기다. 설계온도가 31.5도로 비교적 낮고, 동해 남쪽 느린 해수 흐름과 특정 시기 수온이 빠르게 오르는 국지적 특성이 겹친 게 원인이다. 한수원 조사 결과 지난해 신월성 근처 바다 온도는 설계온도에 육박하는 31도까지 올라갔다.
전남 영광의 한빛 1~6호기 주변 바다도 2031년부터 2034년 사이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빛 원전의 설계온도는 35.5~36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한빛 원전이 있는 서해는 연간 0.2도씩 온도가 오르는 등 전세계 바다 중 가장 빠른 수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빛 원전 주변 해수 온도는 34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올해 같은 최악의 폭염이 지속한다면 전력 수요가 많은 한 여름철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한 원전을 가동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원전 운영 기술지침에 따르면 해수 온도가 기준 온도를 초과하면 6시간 내 운전모드(고온정지)로 전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여러 원전이 한 곳에 모인 우리나라 특성상 전력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는 전력 피크 시기(7월 말부터 8월까지)에 특정 단지 원전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전력 부족 사태가 터질 수 있다.
실제 50기가 넘는 원전을 운영 중인 프랑스는 최근 해마다 여름 폭염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일을 반복한다. 올 여름에도 40도 넘는 폭염으로 강 수온이 높아져 남부의 골페치 원전과 서부 블라예 원전 등 여러 기의 가동을 멈췄다. 프랑스의 내륙 원전은 강변에 있는데, 물의 양이 적고 주변 동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온이 25도만 넘어도 냉각수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수원 등 원전 업계는 열교환기 성능을 개선하거나 냉각장치를 추가해 해수 온도 상승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설비 추가와 체계적인 해수 모니터링으로 설계해수온도를 올리는 것도 대책으로 제시된다. 실제 2022년 새울 1·2호기 설계해수온도가 31.6도에서 34.9도로 조정되는 등 현재까지 원전 11기의 기준이 올라갔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소장은 “보통 원전을 지을 땐 설계수명까지 안정적으로 냉각수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선택하는데, 빠른 기후변화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냉각수 온도에 맞춰 출력을 낮춰 운영하거나 냉각설비를 추가하는 경우 막대한 비용 상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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