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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AI 키운다더니 규제 먼저…역주행하는 AI 육성책

이데일리 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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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AI 키운다더니 규제 먼저…역주행하는 AI 육성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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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I 액션플랜 등 ‘규제철폐’ 흐름 탄 세계 시장
EU 이어 ‘세계 2번째’ AI기본법…규제 앞장선 한국
고영향AI 등 모호한 규제 기준…‘과잉 규제’ 우려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AI시장에서 앞서가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규제를 얼마나 빨리, 많이 푸느냐에 있다.

시작은 미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동맹국들에 AI 기술과 인프라 도입을 촉진하는 ‘AI 행동 계획’(AI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AI칩 수출을 제한하는 등 기존 규제 중심 정책은 폐기했다. 규제를 철폐해 AI 산업을 키우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중국도 이에 뒤질세라 ‘세계 AI 협력기구’를 설립하자며 응수했다. 소수 국가가 AI 패권을 쥐어서는 안 된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취했다.

방법과 목적은 달라도 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 자국의 AI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산업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맞추겠다며 AI기본법을 제정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우리의 AI기본법은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영향AI’ 규제다. AI기본법에서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을 고영향AI로 규정했다. 규제를 철폐하는 국가들을 뒤로하고 규제에 앞장서겠다는 것 자체에도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있다.


더 큰 우려는 AI 종류나 영역(레이어)별로 구분해 진흥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영향도’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규제 정도를 나누고 있다. 규제 기준이 모호하면 규제를 받는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육성책 관련 조항이 기술 기업 지원에만 초점을 뒀다는 것도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 국가라는 이점을 살리려면 AI 기술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타 산업군의 AI전환(AX)도 효과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현재 AI기본법에는 AX 관련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AI 10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한국형 소버린 AI 확보에 의지를 보여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을 정부 요직에 배치하면서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의 의지와 AI기본법의 방향이 상충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AI산업 ‘진흥’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