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산업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한 뒤 “올해가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와 국무회의, 산업 현장 간담회 등에서 산재 근절을 강조한 것은 7월 들어서만 네번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올해 잇따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어떻게 동일한 사업장에서 올해만 5명(실제는 4명)이 일하다 죽을 수 있나. 일을 하다 죽는 것에 감각이 없는 것인지, 사람 목숨을 작업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한다는 게 쉽지 않다. (산재 사망 사고 등) 후진적 상황을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기업의 안일한 인식’과 ‘하도급 구조’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해 (재발 위험을)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 이를 방지하지 않은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한 것”이라며 “안전은 (사업자가 확보해야 할) 의무이지 비용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원청이 네다섯번씩 하청을 주고 (이 과정에서) 원도급 금액의 절반 정도로 실제 공사가 이뤄지니 (비용이 부족해) 안전조치를 할 수 없다”며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의 경우도 (하도급 구조와) 조금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의령 시공 사업장에선 지난 28일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사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장관들로부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부처별 방안을 보고받으며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에 반영하고, 대출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 보고에 강한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펀드들은 이에스지 평가 결과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본다.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를 공시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선 “(확실한)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산재) 예방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안전관리 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부당 특약을 맺은 혐의로 금호건설 등 건설사 4곳을 조사 중인 사실을 보고한 뒤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엄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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