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심의하기 위해 가족과 친인척을 동원해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민원사주’ 의혹을 받아온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경향신문DB |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심의하기 위해 가족·친인척 등을 동원해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이 의혹을 폭로한 공익신고자들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의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을 자의적으로 면책하고 방송심의 제도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극히 부당하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심의 민원을 사주하고 심의에 참여한 혐의로 고발된 류 전 위원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처분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경찰은 류 전 위원장이 의혹을 제보한 직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 것에 대해서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방심위에 넣도록 사주하고 직접 심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방심위는 이 민원을 토대로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주요 방송사들에 과징금 처분까지 내렸다. 방심위 직원들의 용기 있는 폭로로 민주당과 언론·시민단체 등이 지난해 1월 고발에 나섰고, 지난 3월에는 방심위 간부가 국민권익위원회 등 조사에서 류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도록 ‘거짓 진술’을 했다는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주된 민원이라도 사주받은 사람이 류 전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해 민원을 냈다면 진정한 민원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민원사주가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봐줄 작정을 하지 않으면 생각해내기 어려운 황당한 궤변이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방심위가 같은 수법으로 비판 언론들에 재갈을 물려도 되는 것 아닌가.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공익신고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반면 류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강제수사 없이 고발 1년 뒤에야 대면조사를 벌였을 뿐이다. 늑장 수사로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준 뒤 봐주기 수사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경찰은 민원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방심위 직원 3명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부당한 권력행사를 폭로하는 공익제보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나. 철저한 전면 재수사로 류 전 위원장에 대해 응분의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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