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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김남길 “총 아닌 사람 이야기…사적 응징 정당화 작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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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김남길 “총 아닌 사람 이야기…사적 응징 정당화 작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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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제공


갈등과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인 대한민국. 이곳의 성난 사람들에게 총기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트리거’는 이런 위험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고시원의 소음에 시달리는 고시생, 학교폭력 피해자, 전세 사기로 자식을 잃은 부모 등은 복수를 위해 총기를 찾는다. 주인공이 이들을 대신해 통쾌하게 응징하는 줄거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트리거’의 주인공인 경찰 이도(김남길)는 오히려 복수를 말리는 쪽에 선다.



“‘(드라마 속 악인을 보면) 저런 건 한방 쏴버릴걸’ 하는 생각도 들죠. 하지만 사적 복수를 정당화하는 작품은 아니니까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주인공이 답답한 인물을 자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트리거’에서는 주로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이들은 자신을 괴롭힌 악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이 때문에 사적인 복수를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남길은 이도가 이들을 계속해서 말리는 모습에 작품의 주제의식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이 드라마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고 양보하면 좋을지, 그런 것들을 놓아버리면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드라마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한국에서는 총격 사건이 먼 이야기 같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총기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인천 송도에서 총격 살해 사건이 발생해 국내에서도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드라마가 공개된 만큼 우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우리는 팬터지라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고통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메시지가 적당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김남길은 또 인천 송도 총격 살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놀랍다. 이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무겁고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김남길은 2003년 데뷔 이후 폭넓은 액션 연기를 보여주며 ‘액션 장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는 자신에게 액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요악’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트리거’에서는 총기를 사용한 액션을 선보였는데, 전직 특수부대원들을 만나 총 드는 법 등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또 총기를 이용한 응징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인공의 신념을 표현하려 절제된 액션에 공을 들였다. “이도는 군대에서 스나이퍼로 활동했지만 총을 드는 게 잘못됐음을 느끼고 ‘총을 들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인물이에요. 총을 들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이 나라로 돌아왔죠. 그래서 절제하면서 방어적인 액션을 했어요.”



김남길은 최근 ‘열혈사제1’(2019), ‘열혈사제2’(2024)부터 ‘트리거’까지 주로 정의로운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김남길은 선한 역할은 악역에 비해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의에 관련된 인물들은 법을 잘 지키고 원칙적일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데, 저는 그런 것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열혈사제’에서도 정의로운 인물이긴 한데 야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런 (예상 밖의) 모습을 적재적소에 넣어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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