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영기업 2세 승계 진행 중
와하하 창업주 딸 쭝푸리의 승계
기업지배구조 이슈 관심 불 지펴
와하하 창업주 딸 쭝푸리의 승계
기업지배구조 이슈 관심 불 지펴
쭝푸리 와하하 그룹 대표. /웨이보 |
중국 식음료 기업 와하하 그룹의 창업주 쭝칭허우는 존경받는 기업인이었다. 직원 복지를 중시했으며 사생활도 모범적이고 억만장자임에도 검소하다고 알려졌다.
쭝칭허우가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뒤 명성은 깨졌다. 외동딸 쭝푸리(43)의 기업 승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쭝칭허우의 혼외자녀까지 나타나 유산 싸움에 가세했다. 쭝씨 일가의 다툼은 향후 중국에서 불거질 기업지배구조 이슈의 예고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차이신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와하하그룹은 1945년생 쭝칭허우가 1987년 저장성 항저우시 상청구의 학교 식음료 및 문구류 납품업체를 인수한 것이 모태가 됐다. 중국 당국의 1993년 개혁 조치를 계기로 국유자본과 민간자본을 혼합한 혼합소유제 기업이 됐다. 1996년 생수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와하하는 1999년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했다. 성과와 근속연수 등에 따라 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는 중국에서 선도적 경영으로 평가받았다. 2018년 1만1000명이던 와하하 직원들 수입의 절반 이상이 배당을 통해 나왔다고 전해진다.
쭝칭허우는 그룹 지분의 29.4%, 항저우시 상청구가 46%를 보유했으며 나머지 24.6%는 우리사주조합 소유 지분이었다.
중국 잡지 <중국기업가> 표지에 실린 와하하 창업주 쭝칭허우와 외동딸 쭝푸리. |
쭝칭허우의 외동딸 쭝푸리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2004년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아동복과 맞춤형 화장품 파트 등에서 근무했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쭝칭허우는 자회사 훙성그룹을 차려 실적을 몰아줬다. 훙성그룹의 지분 100%를 소유한 에버 메이플 트레이딩이라는 회사는 버진 아일랜드에 등록돼 있으며, 쭝씨 일가가 이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쭝칭허우는 2018년 직원들이 소유한 지분을 3배 가격을 주고 사들이고 배당은 지속했다. 쭝푸리는 2024년 2월 쭝칭허우가 사망하자 부친과 직원 몫 주식을 모두 승계해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8월 이사회를 통해 그룹 회장에 취임한 쭝푸리는 와하하 직원들에게 훙성그룹으로 옮기도록 종용했다. 급여와 신분이 달라지고 기존 배당마저 중단될 처지에 놓인 직원들은 반발했다. 과거 쭝칭허우의 자사주 매입과 쭝푸리의 직원 몫 주식 상속의 적법성을 두고 50건에 달하는 소송이 쏟아졌다.
쭝칭허우의 혼외자라고 주장하며 유산배분을 주장하는 이들 3명이 나타났다. 모두 20대이며 미국 국적자인 이들은 와하하 전 임원 두젠잉의 소생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부친이 생전 자신들을 수익자로 지정하고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홍콩HSBC은행에 신탁했으나 쭝푸리가 무단으로 일부를 빼내 계좌에 18억달러만 남아있다면서 그가 더는 신탁자산에 손대지 못하게 처분금지 명령을 내려달라고도 요청했다. 이들은 또 항저우 법원에 쭝푸리가 물려받은 와하하그룹 지분 29.4%에 대한 상속권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쭝푸리는 자신만이 합법적 후계자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홍콩 신탁자산 관련 재판은 다음 달 1일부터 본격 시작한다.
와하하 일가의 유산 상속싸움은 재벌가의 부도덕적 사생활 스캔들을 넘어서 ‘기업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와하하 최대주주 항저우시 상청구가 경영권 분쟁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아 비판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차이신은 혼합소유제 기업에 대한 상장사 수준의 엄격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장 과정에서 막대한 국유자산이 투입된 혼합소유제 기업은 창업주 2세의 승계 자체가 정당한지도 논란거리다. 펑파이신문은 주로 1950~1960년대생인 개혁·개방시기 1세대 창업주 퇴진과 함께 중국에서도 2세 승계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기업지배이슈 논란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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