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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명 대통령의 ‘가덕도신공항’ 국민 우려에 답해야

조선비즈 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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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명 대통령의 ‘가덕도신공항’ 국민 우려에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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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은 지난 23년간 6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남권신공항’으로 물꼬를 텄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뒤집고 사업을 무산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해공항 확장안’을 대안으로 내걸면서 가덕도신공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를 부활시킨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여야의 ‘특별법’으로 본격 추진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조기개항’까지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추진 정체 상황에 대해 “잠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좌초되는 사업이 아니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수 많은 전문가들이 안정성·경제성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제 ‘가덕도신공항’은 돌이키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을 앞두고 자서전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자신의 정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치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지와 방향이다. 능력은 그 다음 문제다. 의지와 방향이 있다면 능력은 다른 쪽에서 끌어다 쓰면 된다. 그래서 능력의 유무는 차선이고 무엇을 지향하는가의 의지와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사업 방향의 실마리는 과거 발언과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주안점을 둔 것은 ‘국토균형발전’이다. 소년공에서 인권변호사로, 대통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늘 주장해 온 ‘형평성’의 가치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는 2022년 1월 27일 광주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는 ‘형평성’을 직접 언급했다. “가덕도신공항 이전도 지역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하게 됐다. 중요한 가치는 형평성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 지방과 지방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지난달부터 군 공항 이전 추진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정부·지자체가 참여하는 6자 협의체 구성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이쯤이면 ‘형평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비용과 편익’에 대한 판단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자전적 서적 ‘이재명의 준비’에서는 경기도지사 시절의 ‘알박기’ 사례가 언급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도로는 한 번 내면 쉽게 바꿀 수 없고, 보통은 100년 쓴다는 생각으로 내기 때문에 당장의 비용 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사업을 백지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가덕도신공항이 ‘동남권의 관문공항’이 될 수 있을지는 이 대통령이 방향키를 어떻게 잡느냐에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부·울·경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계획안으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비롯해 미래의 어떤 편익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2011년에는 입지평가위원회가, 2016년에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객관적인 수치로 이를 검증했다.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베테랑 조종사들은 가덕도 본연의 입지적 한계를 이유로 신공항 건설을 반대했다. 관제권역 중첩, 기상조건, 조류충돌 등이 대표적인 반대 이유다.


한 때 이 전 대통령도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한 적이 있다. 2017년 2월 21일 성남시장 당시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부산)을 찾아 듣기 좋은 말만 할 수 있지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또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든다는 것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추진 의사를 밝히자마자 건설업계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재입찰에 응할 건설사들이 당장 오는 31일 한 자리에 모인다. 교통학계의 한 유명 교수는 지역사회는 물론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공론화를 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도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을 때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기업과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국민적 우려에 답해야 한다.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의 ‘가덕도신공항’이 성공적인 국책사업으로 기록될지, 실패한 정치적 유산으로 남을지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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