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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혐오 표현’ 넘쳐나는데 제재 들쑥날쑥…“법적 기준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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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혐오 표현’ 넘쳐나는데 제재 들쑥날쑥…“법적 기준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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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6월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을지로입구역-종각역)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퍼레이드에 참가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6월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을지로입구역-종각역)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퍼레이드에 참가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범람하는 가운데, 이를 제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 건수는 한달 평균 수십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 표현에 대한 기준 자체가 모호한 것이 이유로 꼽히는데, 온라인 차별·비하 표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방심위 심의 건수를 28일 보면, 방심위가 삭제 또는 접속 차단하라고 시정 요구한 온라인상 차별·비하 유해정보는 올해 들어 6월까지 567건이다. 한달 평균 94건 수준으로 100건이 채 안 된다. 매년 등락이 있지만, 넘쳐나는 온라인 혐오 표현에 견줘 극히 일부인 건 매한가지다. 2023년에는 한해 1644건을 시정했고, 지난해에는 그 건수가 852건에 그쳤다. 방심위는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온라인상 정보 전반을 모니터링하거나 신고를 받아 심의하고 시정 요구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젠더·지역에 대한 비하 등 도를 넘는 온라인상 혐오 표현은 극단적인 수준이다. 방심위가 지난 5월 모니터링해 삭제를 요청한 혐오 표현 37건을 보면, ‘페미×’ ‘(뒤)통수 ××디언’ 등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위협적 표현을 담고 있다. 방심위가 한달에 이런 표현 수십건을 심의해 삭제하는 동안 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위협적인 표현은 디시인사이드 일부 갤러리, ‘펨코’(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댓글 등에서 수천건 이상 검색된다.



쏟아지는 차별·비하 표현에도 방심위 심의 건수가 제한적인 이유로는 우선 혐오 표현을 판별하고 제재하기에 턱없는 역량이 꼽힌다. 방심위의 자체 모니터링 인력은 5명 안팎이다. 방심위 쪽은 한겨레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방심위가 상정하고 있는 혐오 표현의 기준부터 모호한 문제도 있다. 방심위가 심의 기준으로 삼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심의 대상을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 정도로만 정했다. 추상적인 규정 탓에 자의적인 제재가 가능할 수 있어, 그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방심위에만 적극적인 판단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근거부터 취약하다. 심의나 시정 요구 대상을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재해야 할 혐오 표현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그에 맞춰 방심위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 표현 관련 논의는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했는데, 심의 규정은 대개 2010년대 이전에 만들어져 현재 논의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해악이 있는 혐오 표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혐오 표현을 명확히 규정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인 조혜인 변호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시정해나가야 할 차별이 무엇인지 틀이 없어 단순히 욕설하면 안 된다는 정도로 규제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법적 정당성 마련을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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