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에 저임금·장시간 야간노동 대책 지시
12시간 맞교대 횡행…노동자들 고통 호소
이 대통령, SPC종합대책 마련도 별도 지시
고용부, 산재보고서에 구조적 원인 담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산업현장의 저임금·장시간 야간노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주문했다. 수년간 3차례 발생한 SPC 사망 사고가 모두 새벽까지 꼬박 12시간 야간 노동을 강행하다 발생해온 만큼, 산업 현장에 퍼져 있는 12시간 맞교대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또한 SPC 관련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 중심으로 작성됐던 산업재해보고서에 산재의 구조적 원인을 담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한 뒤 고용부에 위와 같이 주문했다. 기업은 수익을 위해 공장을 24시간 돌리고,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밤잠을 반납한 채 극한 야간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산재의 구조적 원인으로 본 것이다.
12시간 맞교대 횡행…노동자들 고통 호소
이 대통령, SPC종합대책 마련도 별도 지시
고용부, 산재보고서에 구조적 원인 담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기업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산업현장의 저임금·장시간 야간노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주문했다. 수년간 3차례 발생한 SPC 사망 사고가 모두 새벽까지 꼬박 12시간 야간 노동을 강행하다 발생해온 만큼, 산업 현장에 퍼져 있는 12시간 맞교대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또한 SPC 관련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 중심으로 작성됐던 산업재해보고서에 산재의 구조적 원인을 담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2022년 경기 평택시 SPL(SPC그룹 계열사) 빵 공장에서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야간 시간에 일을 했다. 사진은 사고 다음 날 노동자가 빨려 들어갔던 기계(왼쪽)만 흰색 천으로 가린 뒤 동료 노동자들이 빵을 생산하는 모습.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제공 |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한 뒤 고용부에 위와 같이 주문했다. 기업은 수익을 위해 공장을 24시간 돌리고,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밤잠을 반납한 채 극한 야간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산재의 구조적 원인으로 본 것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산재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행동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다"며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간대에 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노동 조건에 대한 근본적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결함 중) 하나가 낮은 임금을 충당하기 위한 연속적인 심야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이) 그런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12시간 야근 노동 "체력 바닥" 아우성
실제 '주야 12시간 맞교대'는 산업현장 곳곳에 횡행하고 있다. 본보가 사례를 찾아보니 충북 청주시의 한 전자기기 업체는 4일 동안 낮에 일하고 이틀을 쉰 뒤, 4일은 밤에 일하고 다시 이틀을 쉬는 체계다. 주간 조는 오전 8시 30분 출근해 오후 8시 30분 퇴근, 야간조는 오후 8시 30분 출근해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퇴근하는 맞교대 방식이다. 휴게시간은 오전, 오후 각 15분. 점심시간 1시간과 저녁시간 30분이었다.
경남 양산시 소재 한 자동차부품 회사도 4일 주간근무 후 이틀 휴무, 4일 야간근무 후 이틀 휴무 체계다. 근무 시간은 주간 조 오전 8시~오후 4시 40분, 야간 조 오후 7시~오전 5시 50분이다. 다만 잔업이 있을 때는 2시간 이상 연장 근무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두 회사 모두 공지된 임금은 최저시급인 1만30원. 꼬박 밤샘 노동을 하고도 급여는 최저 수준으로 받는 열악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제조업, 식품, 제약, 금속 등 여러 업종에서 저임금, 주야간 맞교대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이직 후 주야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체력이 완전 바닥을 보인다"며 "낮에 자는 건 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12시간 맞교대 주야 근무로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면서 "야간근무를 하고 오면 숙면이 어려워 수면시간이 항상 부족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야간 노동으로 인한 생활패턴 붕괴가 노동자 건강과 집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산재 반복 'SPC 종합대책' 마련키로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 모습. 뉴시스 |
또한 고용부 관계자는 "SPC와 관련, 산재의 구조적인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그걸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 방문 직후 '생산직 야근을 하루 8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야간 근로를 없애겠다'고 밝혔지만, 추가적인 구조적 원인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지난 5월 발생한 시화공장 노동자 끼임 사고뿐만 아니라, 2023년 경기 성남시 샤니(SPC 계열사) 빵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과 2022년 경기 평택시 SPL(SPC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에 끼여 사망한 사건도 함께 분석한다. 경쟁사인 크라운, CJ 등의 급여체계를 비교한 내용도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고용부는 근본적으로 산재 발생 시 작성하는 산업재해보고서도 개선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표면적인 법 위반 사항을 중심으로 작성됐던 재해보고서를 개선해 구조적 원인도 담는 방향으로 준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PC 산업재해보고서에도 사고가 발생한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SPC 산재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가 산업현장 전체의 저임금·장시간·연속 야간근로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