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곳으로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기대감을 또 다른 이에게는 집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공간으로 인식돼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공항은 한국의 첫인상이자 마지막으로 기억되죠. 이렇듯 공항은 단순한 비행장 이상을 넘어 경제부터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어요. 이에 여름방학과 휴가를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인천국제공항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공항 등 공항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3주에 걸쳐 연재합니다.
① ‘여행의 관문=공항’, 공식 벗어나는 공항의 다채로운 변신
② 공연·전시 보고 밥 먹고 잠도 자고…이곳은 ‘여행지’ 공항입니다
③사람·항공기 모두를 위해 AI·로봇 등 첨단기술과 만난 공항
① ‘여행의 관문=공항’, 공식 벗어나는 공항의 다채로운 변신
② 공연·전시 보고 밥 먹고 잠도 자고…이곳은 ‘여행지’ 공항입니다
③사람·항공기 모두를 위해 AI·로봇 등 첨단기술과 만난 공항
제2여객터미널 1층과 3층에는 미디어 아트가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은 3층 출국장 미디어 아트 전경. |
"만약 공항에 도착해 출국을 앞두고 있는데 여권을 안 가져왔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형전 해설사 질문에 "여행 못 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이렇게 넓은 공항에 그런 사람을 도와주는 공간이 있을 거 같아요" 등 저마다 의견을 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둘러볼 곳이 이런 아찔한 상황을 대비해 만든 공간이에요"라며 김 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끈 곳은 2층 정부행정센터입니다. 정부행정센터는 출입국 관련 업무, 병무 민원, 유실물 관리 등 다양한 정부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정책본부의 출입국서비스센터, 코트라 사무실 등이 모여 있었습니다.
제2여객터미널 2층에 있는 정부행정센터는 출입국 관련 업무, 병무 민원, 유실물 관리 등 다양한 정부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정부행정센터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하는 김형전 해설사. |
"여권이 없을 경우 정부행정센터 내 외교부 영사민원서비스 창구에서 긴급 여권 발급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항공사 출입국 심사관의 협조를 받으면 돼요. 이렇게 발급받은 긴급 여권은 1회에 한해 유효하며, 귀국 후에는 일반 여권을 재발급받아야 하죠.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도 못 가는 지역이 있는데, 바로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이에요. 이곳을 여행한다면 꼭 잊지 말고 여권을 챙겨야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음으로 간 곳은 활주로·유도로·관제탑 등 공항의 필수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4층 전망대입니다. 탁 트인 활주로 풍경을 보고 감탄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김 해설사는 “이륙과 착륙을 위해 만들어진 직사각형의 시설로, 항공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뜨고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항공기의 도로와 같은 역할을 담당해요. 활주로의 개수와 위치, 방향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라고 안내했어요.
그 설명처럼 활주로는 풍향과 풍속, 주변 지역의 조건, 항공교통량 등에 따라 달라져요. 활주로의 크기는 공항의 지형적 조건 등에 따라 폭 30·45·60m, 길이 1600m~4000m 사이이며 인천공항 제3활주로는 폭 60m, 길이 40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활주로로 알려졌습니다. 또 항공기의 지상주행 및 비행장의 각 지점을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유도로'라고 하는데 유도로는 공항의 항공교통량을 고려해 항공기가 지상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고 해요.
고가람 학생기자가 여행 떠나기 전 설레는 여행객처럼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 섰다. |
“인천공항의 활주로는 전 세계 항공사 조종사들 대상으로 실시한 운항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자랑해요. 이동지역 안전관리, 항공등화, 포장시설, 계기착륙 및 관제통신시설 등 운항서비스 5개 분야 22개 항목에 대해 평가한 결과 인천공항은 2017년 100점 만점에 86점을 획득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 바 있죠.”
활주로에 정차된 비행기를 본 박서현 학생기자는 “비행기 타이어는 언제 교체해요?”라고 물었죠. 이에 김 해설사는 “비행기 타이어는 이착륙마다 혹사당하기 때문에 비행 전 타이어 마모 점검을 꼼꼼히 해야 합니다. 타이어가 마모될수록 속도가 올라가지 않고 착륙할 때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가 터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비행 전 꼼꼼한 점검이 필요한데, 비행기 크기마다 교체 시기가 달라요. 크기가 작은 LCC 항공기의 경우 200회 정도 비행하면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더 큰 항공기는 타이어 교체 주기가 더 빠르겠죠”라고 설명했어요.
활주로의 크기는 공항의 지형적 조건 등에 따라 폭 30·45·60m, 길이 1600m~4000m 사이이며 인천공항 제3활주로는 폭 60m, 길이 40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활주로로 알려졌다. |
이어 한 번 비행할 때 사용하는 물의 양도 언급했죠. 국내선 중소형 비행기는 약 200~400L, 국제선 비행기는 약 500~1000L 정도 실린다고 해요. 비행기 내 화장실 물은 한번 내릴 때마다 200㎖ 사용하는데, 이는 물로만 내리는 게 아닌 진공흡인방식으로 내려보내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가능한 거죠. 또 세면대 등에서 사용하는 물은 워터드레인 홀을 통해 배출하며 이때 시속 1000㎞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가운데 배출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공중에서 분산돼 땅에 내릴 일은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활주로가 넓고 비행기도 많은데 비행기끼리 사고가 안 나는 게 신기해요” 고가람 학생기자 말에 김 해설사는 “저기 높게 솟은 건물을 관제탑이라고 해요. 인천공항에는 인천관제탑·제1계류장관제탑·제2계류장관제탑까지 총 3개의 관제탑이 있죠. 관제탑 높이는 100m로, 대략 30층 건물 정도 된다고 합니다. 관제탑은 공항 내 항공기의 이착륙을 직접 통제하고, 항공기와 지상 차량 간 충돌 방지를 위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비행 정보 제공, 비상 상황 발생 시 지원하는 역할을 하죠. 이착륙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휘하기 때문에 ‘공항의 두뇌’라고도 하는데, 이런 업무를 맡은 사람을 항공교통관제사라고 불러요”라고 말했습니다.
제2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서는 활주로를 비롯해 관제탑, 비행기 등을 볼 수 있으며 인천국제공항 역사에관한 설명도 있다. |
관제사는 단 몇 초 차이로 수십 대 항공기의 경로를 조정해야 하고, 기상 악화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고충이 크다고 알려졌어요. 이들은 크게 활주로 외의 지역, 즉 유도로와 계류장을 담당하는 지상관제사 그리고 이륙 및 착륙 허가를 내리는 관제탑관제사 마지막으로 공항 반경 50~70km 이내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진입·이탈할 수 있도록 궤도를 조율하는 접근관제사로 나뉘어요. 신기한 점은 항공교통관제사는 공항 소속이 아닌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이라는 건데요. 이는 공항에 세계 각국의 항공기가 들어오는 탓에 관제상 사고가 발생하면 외교 문제로 발생할 수 있어 관제 업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에는 비행기를 위한 시설뿐만 아니라 승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도 있나요?” 이현우 학생기자 질문에 김 해설사는 “비행기를 타기 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냅존(Nap Zone)과 릴렉스존(Relax Zone)이 마련돼 있어요. 제1·2여객터미널 4층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냅존에는 수면용 침대가 있어 비행기를 타기 전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어요. 릴렉스존에는 편안한 의자와 충전기가 배치돼 비행기 탑승시각까지 기다리며 쉬고 싶을 때 많은 분이 이용하고 있죠. 일부 릴렉스존에서는 큰 유리창으로 비행기와 활주로 등도 볼 수도 있어 여행 전 설레는 기분을 느끼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랍니다”라고 소개했어요.
인천국제공항은 자연과 첨단기술이 조화를 이룬 친환경 공항으로 유명하다. 야외 정원엔 창경궁의 승재정을 재현한 정자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제1·2여객터미널 3층과 지하 1층에 있는 '외투 보관 서비스'는 겨울철 동남아 등 더운 나라로 장기간 여행 갈 때 무거운 외투를 맡길 수 있으니 겨울 여행 시 이용해볼 것을 추천했어요. 또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여행객을 위해 제1여객터미널 4층 면세지역 25번 및 29번 게이트 부근 그리고 제2여객터미널의 231번 게이트에 샤워실이 마련돼 있죠. 또 밤늦게 혹은 새벽 비행기를 탑승하는 승객이 이용하면 좋을 캡슐 호텔도 있고요.
"다른 나라에도 우리나라 인천공항만큼 좋은 공항이 있어요?" 서현 학생기자가 묻자 김 해설사는 “영국 컨설팅기업 '스카이트랙스'가 해마다 전 세계 575개 공항을 대상으로 '최고의 항공사'를 선정하는데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넓고 쾌적한 환경과 다양한 레저시설 등을 제공해 매년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라고 덧붙였죠.
동행취재=고가람(서울 송화초 4)·박서현(인천 중산초 5)·이현우(인천 중산초 4) 학생기자
■ 하늘로 출발~ '별별 공항'을 소개합니다
구글 지도 캡처 |
가장 작은 공항: 후안초 E. 이라우스퀸 공항
카리브해 사바섬의 절벽 위에 있는 후안초 E. 이라우스퀸 공항의 활주로는 불과 400여m도 되지 않아 조종사들에게 극히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죠. 이 공항에 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는 프로펠러 방식의 경비행기뿐이며 상업용 항공기는 아예 착륙 불허죠. 활주로의 양쪽 끝 절벽에 있는 ‘X 표시’는 착륙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이착륙하기 어려운 공항: 나르사수아크 공항
그린란드의 나르사수아크 공항은 험악한 지형과 예측 불가능한 기상 조건으로 이착륙하기 어려운 공항으로 꼽혀요. 공항 주변에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 항공기의 접근 및 이착륙 경로가 제한되는 데다 강한 바람과 하강기류는 항공기 조종에 난색을 보일 정도죠. 이런 악조건 때문에 나르사수아크 공항은 조종사의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곳으로 유명하죠.
가장 위험한 공항: 네팔 루클라 공항
루클라 공항은 해발 2400m 히말라야 산맥 중턱에 있습니다. 5000m급 산들로 둘러싸인 데다, 2km도 안 되는 활주로 한쪽 끝은 낭떠러지이며, 야간 운항은 물론 계기 비행도 금지돼 조종사의 시야에만 의존해야 하죠. 전 세계 조종사들이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한 공항으로, 네팔 국내에서는 1년 이상의 비행 경험을 가진 조종사에게만 공항 착륙을 허가해요.
글=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인천국제공항공사·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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