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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때문에 한 유증인데" 5년 싸운 SKC…기업 족쇄 '배임죄' 손본다

머니투데이 김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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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때문에 한 유증인데" 5년 싸운 SKC…기업 족쇄 '배임죄'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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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인의 족쇄, 배임죄 완화되나 (上)

[편집자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기업인을 옥죄는 검찰의 전가의 보도. 모두 배임죄를 수식하는 말이다. 주주를 배신한 경영자를 처벌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기업인의 과감한 의사결정까지 가로막은 것 역시 사실이다.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은 면책해주는 등 처벌 기준 명문화를 통해 한국 기업인들이 배임죄의 멍에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기업인 범죄자로 모는 '배임죄' 완화"…민주당, 연내 처리 추진


김태년 '상법' '형법' 개정안은/그래픽=이지혜

김태년 '상법' '형법' 개정안은/그래픽=이지혜



기업인을 상대로 한 검찰의 무리한 배임죄 기소를 막는 입법을 여당이 9월 이후 정기국회에서 추진한다. 형법상 배임죄에 대해 '경영판단 면책 원칙'을 명문화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최근 공포된) 상법 개정안의 보완 입법을 위한 추가 상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내용과 더불어 '경영판단 면책 원칙'을 명문화한 형법 개정안 역시 함께 논의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기국회는 9월1일부터 100일 간 열린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전까지 관련 법안을 바탕으로 당론을 확정한 뒤 야당과의 협의, 상임위원회를 거쳐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의적 사익 편취와 정당한 경영 판단을 명확히 구분해 검찰의 무리한 배임죄 기소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임죄는 형법상 배임죄(형법 제355조)와 상법상 특별배임죄(상법 제382조 등)로 구분된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득을 취한 경우 처벌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성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고의로 위배하고 재산상 이득을 보며 상대에 손해를 끼치면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형법상 배임죄는 법리적 책임과 신의성실 의무의 범위가 불명확해 이익을 창출할 수도,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경영 판단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재계에서 꾸준히 폐지론이 제기돼왔다. 기업 경영진이 위험을 감수하길 꺼려 소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함에 따라 기업의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저해된다는 것이다.

특별배임죄의 경우 공식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상법상 이사 등의 의무 위반 행위를 형법 제356조(업무상 횡령·배임)로 처벌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이사·감사 등 업무상 사무처리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상법은 배상의 책임을 묻고 형법은 이를 근거로 처벌하는 것이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번 상·형법 개정안 발의 당시 19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발의를 한 뒤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동료 의원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민주당 내 최대 규모 정책 연구모임) '경제는 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참석자들에 설명했고 당 정책위원회와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와도 상의를 마쳤다. 9월 이후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놓은 법안은 재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살펴서 낸 최종안이다. 개인적으론 원안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고 보는데 큰 틀에서는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당론화 및 야당과의 합의 과정에서) 수정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현행 배임죄가 사익 편취와 정당한 경영 판단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명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전향적인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을 강화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기업 이사회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배임죄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소극적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배임죄는 굉장히 넓은 개념이다. 상법에서 이 범위를 줄이고 형법에서도 특정화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상·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사회가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모멘텀(계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판단은 배임죄 아냐" 명문화하면 억울한 기업인 처벌 막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임죄에 대한 경영계의 불만은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영상 판단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배임죄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형법 개정안대로 이 기준을 명문화할 경우 실질적으로 억울한 배임죄 처벌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형법 355조는 배임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로 정의한다. 조문 중 핵심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나뉜다.

배임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선의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경영 행위는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배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993~1996년 대한보증보험이 9개 기업의 부도로 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어 경영진이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기업 경영은 원천적으로 위험을 내재한다"며 "경영자가 선의를 갖고 신중히 결정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업무상 배임죄를 물으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쉽게 말해 선의의 경영적 판단이라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면 배임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영진을 기소해왔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모회사의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단 기소가 되면 유상증자가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법정에서 검찰과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특별배임죄 폐지'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 왜 필요할까/그래픽=김지영

특별배임죄 폐지'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 왜 필요할까/그래픽=김지영



검찰은 2021년 SKC 이사회가 2012년과 2015년 SK텔레시스에 대해 총 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 것을 SKC에 대한 배임으로 보고 무더기로 기소했다. SK 측은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2009년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 부실 이후 누적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맞섰다. 해당 혐의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은 기소된 지 5년 가까이 지난 올해 5월에야 이뤄졌다. 법원은 "부도 위기 계열사에 자금을 투입해 회생할지는 그룹 전체 신인도와 연관돼 있고 온전히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의 형법 개정안이 대법원의 판례를 법 조항으로 명문화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배임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기준이 명문화되면 수사기관이 과거처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배임죄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을 지낸 최승재 변호사는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경영상 판단의 범위는 상당히 좁다"며 법률에 명문화하는 것이 판례에 기대는 것보다 훨씬 실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할 경우 배임죄 처벌 위험이 커지는 만큼 반드시 부수적으로 경영상 판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입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배임죄 자체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법에 배임죄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이를 적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몫이라 대법원 판례인 경영상 판단을 명문화하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한편 배임죄를 법으로 규정해놓은 국가는 대륙법을 따르는 독일과 일본 등이다. 배임죄가 독일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져 온 만큼 독일과 한국의 관련 법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은 배임죄를 적용할 때 그 범위를 엄격할 정도로 좁게 해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 업무에 관한 이사의 결정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인정되면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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