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더그 버검 미국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과 회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미국이 내건 상호관세 발효일(8월1일)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정부가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상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실무 총책임자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이번주 일정을 생각해볼 때,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 극악의 조건 속에서 합의를 이뤄내려면, 지난 미-일 합의(22일) 때처럼 명백한 양보는 피하되, 우리가 강점을 갖는 반도체·조선 산업 등에 대한 투자 약속 등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큰 틀의 합의안을 만들어낸 뒤 후속 협상에서 국익을 지켜낸다는 대담한 협상 자세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4~2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회담했다”며 “남은 기간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단은 농산물의 추가 개방 등을 포함해 △관세 △비관세 장벽 △한국의 대미 투자 등을 놓고 집중 교섭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31일 미국에 도착해 막바지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가 놓여 있는 객관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협상을 위해 25일부터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이고, 베선트 장관도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우리는 30~31일에나 베선트 장관과 얼굴을 맞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담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여야 트럼프 대통령과 ‘최후의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일본의 협상 대표였던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26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딜이 이뤄졌다’며 손을 내밀 때까지 합의가 이뤄질지 예측하지 못했”고, 이 막판 70분 협상에서 상대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대미 투자액을 애초 준비해간 4천억달러에서 5500억달러(약 761조원)까지 늘려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정 내용을 ‘합의문서’로 만들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승리를 안긴 듯 분위기를 띄운 뒤, 투자액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최대한 활용해 국익을 지켜내려는 일본의 협상술을 읽어낼 수 있다. 가능하다면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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