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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25일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한미 양국 간 관세 협상이 막판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상호관세(25%) 부과 시한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의 타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역부족이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다가오기 전에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진 만큼 실질적인 협상일정은 제한적이고 성과 도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25%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와 대미 수출품 구성이 비슷한 일본보다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담판 지을 수 있는 시간은? ‘이틀뿐’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미국에 급파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을 상대로 접촉을 이어갔다. 당초 예정됐던 구윤철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간 고위급 협의가 돌연 연기됐으나 이번 주 내 재개될 예정이다.
관세 유예 시한이 임박했다. 미국 측은 27일 유럽연합(EU)과 28∼29일에는 중국과 고위급 무역 협상일정을 잡고 있다. 결국 남은 대면 협상 기회는 30일과 31일 이틀뿐이다.
하지만 양국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특히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규모 투자(5500억 달러)를 약속한 데 비해 한국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투자 카드(1000억 달러+α)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측이 대면 협상을 연기한 것을 두고 한국의 제안 수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도 일본처럼 돈 내고 관세 낮출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상호관세 시일을 넘겨 당분간 관세 폭탄에 노출되더라도 농축산물 등 민감한 분야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25%에 달하는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25% 그대로 부과?…수출 효자 품목에 ‘직격탄’
그럼에도 25%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제조업 전반에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휴일인 2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로부터 협상 진행 추이를 보고받고 막바지 대응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연일 회의를 열어 정책·안보 라인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 현지에서 전해지는 정부의 협상 상황을 업데이트하면서 기류를 분석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의 실질 GDP는 중장기적으로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시적 영향이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 손실이라는 분석이다. 이마저도 일본의 관세 인하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실질 손실은 더 클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5월 발표한 연간 GDP 성장률 전망(0.8%)을 유지하고 있으나 상호관세율이 25%로 확정되면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간접 입장을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가 일본처럼 투자 폭을 대폭 늘릴 수 없는 만큼 민감 품목에 대해 양보를 하되 실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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