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폭우로 정부가 중대재해 심각 단계를 발령한 때 휴가를 신청했다 대통령실에서 반려당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적잖이 씁쓸하다. (방통위가) 그렇게 중요한 기관인데, 상임위원 단 한 명으로 중요한 안건들을 심의·의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휴가 유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휴가 신청은 행정 절차이며, 장관급의 휴가 신청은 실행 일주일 전에 하도록 돼 있다. 오늘 신청해서 내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만약 휴가 실시 전 23일이나 24일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자연재해가 있었거나 그 밖의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휴가 실시는 당연히 없던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한테 이달 25∼31일까지 일주일간 휴가를 가겠다고 휴가 신청서를 냈으나 반려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2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난대응 심각단계에서 재난방송 컨트롤타워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휴가 신청은 부적절하다고 봐 휴가신청을 반려했다”며 “휴가 신청을 제출한 18일도, 지금도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비서실장 선에서 반려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이 휴가를 낸 18일은 정부가 풍수해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어느 기관이든 휴가 신청은 미리 이뤄져야 하는데, 장관 휴가와 차관 휴가는 겹치면 안 되기에 기관 내 간부들의 휴가 일정을 미리 파악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간부의 휴가 일정이 한꺼번에 겹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일정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은 필수”라며 자신이 폭우 피해가 심각하던 때 휴가를 신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2003년 3월 네 살배기 딸을 두고 이라크 전쟁 취재를 위해 현장에 간 사실을 들며 “재난 중에 휴가를 갔다면 비난을 달게 받겠으나 재난 중에 휴가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또 다른 프레임 조작”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어봤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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