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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책’ 보복감사 없다는데…개선 방향은 ‘감사원 사무처 힘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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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책’ 보복감사 없다는데…개선 방향은 ‘감사원 사무처 힘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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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시민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시민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3불 1한은 외교 협상 및 결과로서 정책결정 사항 등에 해당해 감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3년 10월 감사원 사무처는 문재인 정부 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주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며 ‘정책결정 사항인 3불 1한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3불’과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은 정부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므로 직무감찰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감사는 어땠을까. 국방부·외교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지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안보 라인이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를 늦추기 위해 직권남용 등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4월 정의용 전 실장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애초 이 감사는 보수 예비역 장성모임의 공익감사청구로 시작됐다. 공익감사청구의 경우 국가 중요 정책이나 정치·사회적 이슈 관련 사항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아닌 감사원 사무총장 결정으로 감사를 개시할 수 있다.





감사 대상 아니라면서 ‘불법 딱지 붙이기’





감사원은 ‘감사사무 처리규칙’(제5조제2항)으로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목적의 당부(옳고 그름)’는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정책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 절차 준수 여부 등은 감찰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 단서 조항을 통로로 정부 중요 정책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가 가능한 구조다.



탈원전 감사는 사드 배치 감사처럼 ‘정책 결정자’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전 정부 주요 정책에 흠집을 내고 불법 딱지를 붙인 대표적 사례다. 감사원은 탈원전 로드맵에 대해서는 “감사규칙에 따라 에너지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 결정은 감사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월성1호기 가동 중단 과정에서는 위법성이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넘겨받은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감사·수사 결과를 근거로 ‘탈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다시 세웠다.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전·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 지렛대가 된 것이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브리핑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브리핑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4일 ‘정책감사 폐단 차단’ ‘직권남용죄 남용 개선’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100일 안에 이 작업을 마치겠다고 했다. 봉욱 대통령 민정수석이 태스크포스를 꾸려 국회·감사원·법무부·법제처 등과 협의해 감사원법·형법 개정 등을 협의하게 된다.



국회에는 정책감사를 통한 전 정부 정책 뒤집기와 정치보복을 막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현행 감사원법은 △국가기밀 △군기밀 △작전상 지장이 있는 사안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이건태·윤준 의원은 각각 감찰 불가 대상에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를 추가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사원 규칙으로 규정돼 있어 구속성이 떨어지는 탓에 감사원의 자의적 확대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틀어막겠다는 취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2024년 12월)는 “정부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설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기반한 국가작용으로, 진위 또는 시비 판단 영역이라기보다는 가치관의 문제라는 점에서 개정안 취지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감사 범위 법률화’에 반대하는 감사원





감사원은 법제화에 반대한다. 감사원은 법사위에 “감찰의 한계에 대한 해석론은 지금처럼 감사원 규칙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연구·발전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그 내용을 그대로 법률에 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 감사원의 ‘규칙 사수’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봉욱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감사원 감사사무 규정 5조2항의 정책감사 규정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해 감사원과 유관기관들과 협의가 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의 과도한 정책감사 차단 지시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각종 정책결정에 대한 감사도 포함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책감사 약화가 감사원의 핵심 기능인 직무감찰을 약화시켜 공무원 비위 적발을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 대통령 지시는 정책감사 자체를 폐지하라는 것이 아닌 ‘정책감사를 빌미로 한 정치보복 근절’로 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정부 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부 활동은 감사원 감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봉욱 민정수석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정책감사와 관련해서는 실제 실천의 문제와 제도적 틀을 개선하는 부분, 두 가지가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신 대로 악순환을 끊는 방향으로 실제 실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감사원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 정책결정에 대한 감사 개시 절차와 감사 범위·대상 등을 엄밀하게 규정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이를 실무 감사에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보복으로 번지지 않도록 손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국회에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원 사무처가 자의적으로 결정했던 감사 개시, 감사계획 변경, 중간 감사결과 발표, 수사요청, 수사 참고자료 송부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이 여러건 발의(박범계·전현희·박주민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돼 있다. 대통령실이 꾸릴 태스크포스에서도 ‘유병호 타이거파’로 그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감사원 사무처의 힘을 빼고, 감사원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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