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연방준비제도(연준) 청사를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2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시장개방'과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 협상의 기준이다. 22일(현지시간) 타결된 일본과의 관세협상을 모범답안처럼 제시한다. 한미 '2+2 고위급 통상협의'가 돌연 무산된 것도 한국측 사전 답안지가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다음달 1일 발효 예정인 한미 상호관세 조치를 앞두고 협상 재개를 시도하고 있지만 일정 잡기부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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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5500억달러 냈다"…투자·시장개방 없이 감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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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다른 나라도 일본처럼 돈을 내면 관세를 낮출 수 있다"며 "일본의 경제(시장) 개방은 5500억달러보다 더 가치 있다. 경제개방과 지불금을 함께 고려해 일본의 관세율을 15%로 낮췄다"고 말했다. 일본이 제시한 대미 투자액이 '모범답안'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허용했다"며 시장 개방 사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웃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자평했다.
그는 전날에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시장 개방이 협상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미국이 한국을 향한 압박메시지로 들린다. 정부가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고려하고 있지만 일본의 5500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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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일정"·잇단 면담 무산…美, 노골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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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황기선 기자 = 한미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출국이 예정됐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미국 측의 일정 변경으로 인해 출국이 취소되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5.7.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공항=뉴스1) 황기선 기자 |
한국 정부는 협상 기회를 마련하는 것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예정됐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간 '2+2 통상 협의'는 미국 측의 '긴급 일정'을 이유로 회담 직전 취소됐다. 구 부총리는 출국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미국의 취소 통보를 받았고 정부는 "상황 파악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정됐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을 긴급 호출하면서 일정이 무산됐다. 이후 루비오와는 유선 협의를 진행했지만 협상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는 평가다.
그나마 위 실장은 앤디 베이커 국가안보부보좌관 등과는 안보·통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핵심 카운터파트와의 대면이 연이어 불발된 점에서 외교적 결례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협상판 주도권을 틀어쥐고 한국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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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패키지딜' 전략…투자·에너지·방위비까지 모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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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 에너지, 투자 등 주요 이슈를 통합한 '패키지딜'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국무부 등 부처별로 나뉜 권한을 한 번에 조율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을 '패키지딜'로 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관세를 담당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투자 유치에 주력하는 상무부, 방위비를 조율하는 국무부가 각각 다른 부처이기 때문에 협상 전선을 좁히는 대신 일괄 타결을 시도하려는 구상이다.
한국은 대미 조선·자동차·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승인,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 입법 속도 조절 등도 논의 대상이다.
반면 쌀 시장 개방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는 최대한 방어하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이 5500억달러를 제시한 상황에서, 한국의 제안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일 수 있다. 미국은 소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한국후계농업경영인(한농연) 경북도연맹원들이 25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협상 농축산물 장벽철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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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일주일도 안 남아…대통령실 통상대책회의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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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상호관세 발효 시한인 8월 1일까지는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태도로 미뤄 시한 내 타결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21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상의 속도보다 질을 더 중시한다"며 "8월 1일이 마감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상이 순연되더라도 미국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는 메시지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책실장, 안보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하는 통상대책회의를 열어 '2+2 고위급 통상협의' 취소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미국과의 통상·안보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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