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중독 노숙인, 장기 강제입원 추진
초법적 수용시설 확대 지시로 논란·반발 거세
공공질서·치안 명분 내세웠지만…"복지 후퇴" 비판도
초법적 수용시설 확대 지시로 논란·반발 거세
공공질서·치안 명분 내세웠지만…"복지 후퇴" 비판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신질환이 있는 노숙자와 약물중독자를 장기간 강제입원(비자발적 수용)토록 연방기관에 지시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도시 공공질서를 회복시킨다는 명분이지만, 인권단체와 시민사회는 “정당성 없는 인신구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숙자의 정신질환·약물중독 문제를 노상 무질서(vagrancy)라고 규정하며, 이들을 장기적으로 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제약을 완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대법원 판례에서 보장된 ‘본인·타인 위험 입증’ 요건을 초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법 아래에선 미국에서 정신질환자 등 개인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키려면 반드시 “본인 또는 타인에게 물리적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법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도널드 트러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숙자의 정신질환·약물중독 문제를 노상 무질서(vagrancy)라고 규정하며, 이들을 장기적으로 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제약을 완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대법원 판례에서 보장된 ‘본인·타인 위험 입증’ 요건을 초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법 아래에선 미국에서 정신질환자 등 개인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키려면 반드시 “본인 또는 타인에게 물리적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법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각 주는 이 기준을 토대로 구체적 법률·행정 절차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입원 대상 및 절차를 완화할 법적 근거를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법원 명령을 완화·취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찾으라는 얘기다.
행정명령엔 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사람,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재활센터 등으로 강제 수용하는 데 예산을 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치료가 아닌 수용 목적이다.
아울러 노숙자 대상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성범죄자는 어린이들과 한 시설에서 생활하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도시·주 단위로 ‘무관용’ 조례를 우선지원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실내외 공공장소 노숙·캠핑·약물 복용 단속을 강화히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는 공포와 무질서에 투항해선 안 된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 “공공질서 복원과 시민 양측 모두를 위한 자비”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시내 노숙자 주거지를 철거하고 그들을 수용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고 미국 전역의 노숙자 문제를 종식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거리를 배회하는 범죄자를 몰아내고, 재원을 약물 남용 프로그램으로 재배정함으로써 미국인들이 자신의 지역사회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하고, 중독이나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개인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 대법원도 노숙자의 야외 숙면 금지(안티캠핑 법)의 합헌성을 인정하며 행정명령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캘리포니아·오리건 등 민주당 성향의 주·도시에서도 정신질환자 및 중독자를 보다 폭넓게 강제 입원·치료할 수 있도록 법령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부터 약물중독까지 확대된 강제입원 법을 시행 중이고, 뉴욕도 ‘기본 생활능력 미달’ 정신질환자를 1차 구조자의 판단만으로 바로 병원에 강제수용할 수 있게 관련 지침을 법제화했다.
치료옹호센터(TAC)의 리사 데일리 대표는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심각한 환자들은 결국 감옥이나 거리에서 방치된다”며 가장 중증 사례에 한해서는 신속한 치료 개입 필요성에 동의했다.
(사진=AFP) |
그러나 주정부별로 강제입원 관련 법·절차가 상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효과나 집행력이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비판 여론도 거세다. 미국 국립노숙법센터의 제시 라비노위츠 대변인은 “가장 안전한 지역은 주거와 복지자원이 많은 곳이지, 가난이나 병을 범죄로 몰아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강제입원은 “비윤리적, 비효과적”이라고 비판했다.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강제 수용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 사회의 복지·인권 후퇴를 야기하고, 사회복귀 노력 자체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관련 서비스가 축소되고, 사각지대가 심화해 시민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른다.
예산 삭감에 대한 지적도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관련 연방예산을 10억달러 이상 삭감했으며, 추가로 수백억달러 삭감도 예고했다. 레지나 라벨 전 백악관 약물정책 담당관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우선 복지 예산부터 줄이는 정책이 오히려 무주택자·중독 개입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실무현장 전문가들은 현행 수용시설 및 병원 역량 부족, 주정부 재정 악화, 입원 대기자 급증 등 현실적 한계를 호소한다. 물론 강제입원 확대가 실제 입원자 급증으로 곧장 이어지긴 어렵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