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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퇴직자 모셔가기’…“숙련된 경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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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퇴직자 모셔가기’…“숙련된 경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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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연합뉴스


은행권에서 퇴직 임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전통 업무에 숙련된 경력자들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채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면서 핵심인력은 신사업 확대 쪽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서다. 은행의 비대면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대출심사·내부통제·여신감리 등에 퇴직자 전문성을 활용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24일 은행권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금융권 퇴직인력 경험을 현장에서 다시 활용하기 위한 재채용에 나선 상태다. 우리은행의 이번 재채용은 본부 지원업무와 기업영업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본부부서에서는 내부통제, 모니터링, 여신 감리 등 리스크 관리 업무에 배치할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우리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들을 뽑아 지역 중소기업에 현장형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쪽은 “전문성을 갖춘 금융권 퇴직자의 오랜 경험을 리스크 관리와 영업에서 동시에 활용하려는 전략이며 정년연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비(KB) 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2015년 6월 이후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채용 공고를 냈다. 자금세탁방지, 집단대출 업무지원, 금융사기 지급정지 및 피해구제, 비대면 가계대출 심사 등의 분야에서 일했던 이들이 대상이다. 5대 은행 중 국민은행이 퇴직자 재채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말까지 5년여 동안 모두 2053명의 희망퇴직자를 다시 고용했다. 이달 시작한 채용을 마무리하면 더욱 늘어난다.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퇴직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려는 유인은 오랜 경력으로 인한 전문성과 더불어 인건비가 꼽힌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기간제 재취업으로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맡으면 월 256만8000원(주휴일 포함), 집단대출업무는 월 307만2000원을 받는다. 계약 기간은 통상 1년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본급에 영업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더해 월급을 지급한다고 한다. 자세한 급여 수준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민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급여 수준에 비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재까지 5년여 동안 퇴직자 재고용 규모가 821명인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재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17명을 포함해 5년여간 1474명의 퇴직자를 다시 채용했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1109명의 퇴직자를 재고용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만 25명을 뽑았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재채용 인원이 466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6~7월에만 퇴직자 19명을 재채용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적은 비용을 들여 퇴직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퇴직자 또한 자신의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시간을 확보하는 등 만족하는 분위기여서 재고용이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청년 채용 여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젊은 인력은 신사업 확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청년과 고령 인력이 수행하는 업무가 다르다”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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