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현재 KBO 리그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총 25명이 있다. 이들 가운데 외국인투수는 13명으로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요즘 KBO 리그에 오는 외국인선수는 웬만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KBO 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외국인투수 13명 중에서도 11명이 메이저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렀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선수는 NC 라일리 톰슨과 한화 라이언 와이스 뿐. 그만큼 KBO 리그 구단들이 외국인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이야기다.
롯데가 지난 5월 '에이스' 찰리 반즈와 결별하고 새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와 계약을 발표하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감보아가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경험은 풍부하지만 한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 경력도 없는데 왜 데려오느냐"며 롯데의 선택에 의아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왼손투수인 감보아는 마이너리그 시절 시속 99마일(159km)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갖고도 메이저리그에 한번도 콜업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투수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감보아가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은 바로 5월 27일 대구 삼성전. 감보아는 4⅔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고 3루주자에게 홈 스틸을 허용할 정도로 허술한 투구 동작을 보이면서 주위의 우려는 현실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감보아의 퀵모션을 지적했고 감보아 역시 이를 수긍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빠르게 수정했다. 만약 감보아가 화려한 빅리그 경력을 가진 콧대 높은 선수였다면 코칭스태프의 지적에 다르게 대응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감보아는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면서 손해를 본 것도 있었다. 다저스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아무래도 투수진 뎁스도 두꺼울 수밖에 없고 이는 감보아의 기회를 제한하는 족쇄가 됐다. 감보아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감보아는 KBO 리그를 호령하는 '괴물투수'가 됐다. 롯데 입단 후 9경기에 나와 55⅔이닝을 던져 7승 2패 평균자책점 1.94로 맹활약 중인 감보아는 지난 24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최고 구속 155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앞세워 7이닝 1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이미 국내 무대에서 최고 구속 158km를 찍은 감보아는 단순히 빠른 공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완성형 선발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는 미국에 주재하는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담당자를 통해 감보아라는 보물을 얻을 수 있었다. 애초에 롯데에게 '출신 성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현장에서 바라본 의견을 중시했다. 앞으로는 일본에도 주재 스카우트를 확대 편성해 아시아쿼터 제도를 대비할 방침이다.
이처럼 KBO 리그는 반드시 메이저리그 출신이라고 해서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메이저리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 만으로 '편견'을 가질 이유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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