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책과 사랑에 빠지는 곳, ‘북유럽’ 책방 [.txt]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북유럽 책방’. 책방지기는 반려견을 환영한다.

‘북유럽’(Book You Love)은 “당신이 사랑하는 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골 서점 가운데 카페나 펜션 운영, 문구 판매 등을 하지 않는, 흔치 않은 ‘순수’ 서점임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서점이 자리한 가평군 설악면은 서울에서는 가까우면서도 도시의 면모가 전혀 없는 시골 마을이다. 2010년 귀촌한 이후 딸을 키우면서 마을에 서점이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다가, 책을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해보자는 결심으로 2016년에 읍내 끄트머리의 작은 공간에 문을 열었다. 지역으로 보면 23년 만에 생긴 서점이라고 한다.

‘북유럽 책방’ 개업 9주년을 맞이해 책방지기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반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북유럽은 나름의 개성과 정체성으로 운영하고 있다. 북유럽은 ‘오늘날’ 서점은 더욱 전통적 의미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점은 도서관 같은 폐가식이 아니라 개가식 서재를 갖추고 있다. 고객이 직접 열린 책들 사이에서 표지와 내용을 살피고 책방 주인과 이야기도 나누다가 책을 선택하곤 한다. 생각해 둔 책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독서의 즐거움이 더 증폭된다고 믿는다.

북유럽이 지향하는 서점의 모습이 그러하다. 잘나가는 책, 유행하는 책보다는 숨겨진 보석 같은 책들을 비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체적으로는 책방지기의 관심사인 페미니즘과 사회학, 소설과 청소년, 동물권 관련 도서를 중심으로 700여권의 책들을 엄선해 두고 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북유럽 책방’ 개가식 서재. 창문 너머 푸른 산이 보인다.

해마다 4~5회씩 개최하는 강연회, 콘서트 등은 북유럽이 문을 닫지 않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다.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고 수준의 강연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학자 정희진 선생님은 매년 빼놓지 않고 북유럽 강연을 허락해주고 계시며, 그 외에 지금까지 은희경·김연수·김혜진·정보라(소설가), 김이듬(시인), 박찬일(셰프), 이길보라(영화감독), 오찬호(사회학자), 박광수(만화가), 이완배(기자), 이진숙(미술평론가), 최낙타(가수) 등 많은 분이 북유럽에 오셔서 함께해 주셨다. 지역의 한계로 강사 섭외도 쉽지 않은 상황에 행여 빈자리가 많아 민망해질까 봐 모객마저 늘 노심초사이지만, 마주 앉아 생생한 강연과 음악을 듣는 일은 항상 큰 즐거움을 준다. 다행히 최근에는 북유럽을 사랑해주시는 독서토론 회원들이 항상 자리를 채워주셔서 여간 힘이 되지 않는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북유럽 책방’에서 소설가 김연수의 신작 낭독회가 열리는 모습.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알바트로스가 겪은 환경 피해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 상영권을 구입해 지역 청소년들과 관람한 일이다. 플라스틱을 먹고 첫 비행에 실패해 바다에서 죽어가는 새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며 모두가 함께 눈물을 흘린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에는 훌륭한 초청 강연 외에 북유럽 책방지기가 진행하는 ‘남성을 위한 페미니즘’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완전 연소’라는 단어로 북유럽 소개를 마치고 싶다. 최윤필 기자의 책 ‘가만한 당신’(2016)에서 발견한 말이다. 효율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의미로 이 말을 애착한다. 트렌드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완전 연소’하며 모범적인 서점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북유럽의 목표다.

글·사진 김영우 ‘북유럽’ 책방지기

북유럽 책방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중앙로 136-1 설악터미널상가 1층

https://www.instagram.com/book_you_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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