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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안 또 좌초, 극우화 퇴행 조짐까지 보이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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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안 또 좌초, 극우화 퇴행 조짐까지 보이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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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다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다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윤과 절연, 퇴진 거부한 친윤 주류 기득권 지키기





당권 주자 ‘전한길 찬반 논쟁’ 속 한동훈은 불출마



국민의힘이 인적 쇄신 등 당 혁신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제(23일) 오전·오후 두 차례나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혁신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소득 없이 끝났다. ‘안철수 혁신위’가 좌초한 후 키를 넘겨받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한 사과와 절연을 당헌·당규에 담는 안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에게 의총 참석 연락을 했느냐를 두고 유치한 공방만 벌이더니, 윤 위원장이 참석해 안건을 설명한 오후 의총에서도 상당수가 혁신안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위원장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고 친윤 세력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당 주류는 이를 무시한 채 혁신 논의를 하는 척만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두 번째 혁신위도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는데도 대부분 영남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지지층에 기대어 기득권 지키기를 택한 모습이다.

급기야 국민의힘에선 때아닌 ‘친길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하자 ‘친전한길’과 ‘반전한길’로 나눠 공방을 벌인 것이다. 다음 달 22일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씨는 “추종자 10만 명이 입당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대표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고, 출마 예정인 장동혁 의원도 “탄핵 국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에 당권 경쟁에 나선 안철수 의원이 “윤 어게인, 부정선거, 계몽령 옹호자들까지 수용하자는 것이냐”고 반대했고, 조경태 의원도 전광훈 추종 세력과의 절연을 강조했다. 친윤계와 각을 세우던 한동훈 전 대표는 “당을 극우화시키려는 퇴행 움직임”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당 대표 경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씨의 언행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던 송 비대위원장 본인이 ‘윤 어게인’ 행사에 참석했던 터라 국민의힘이 극우 유투버에게 휘둘리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3대 특검이 칼날을 들이밀고 당의 존망이 위태로운데도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다음 총선에서 배지만 달면 된다는 생각으로 친윤 주류는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태로 당대표 경선을 치러 봐야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겠나. 오죽하면 보수 텃밭 영남에서조차 “차라리 해체하라”는 냉소가 나오겠나.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야 제대로 집권 세력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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