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 약사·작가 |
한국 방문객의 대다수는 아시아계다. 지리적 인접성 때문도 있지만, 한류(韓流)의 영향력이 가장 먼저 발현된 무대가 중국·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지였기 때문이다. 2024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의 81%가 이들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렇지만 같은 시기 비아시아계 국가 출신 관광객, 특히나 미국과 유럽 지역 관광객이 2014년 대비 약 100만명이나 늘었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이 주변 문화강국을 찾는 게 아니라, 먼 외국의 문화 선진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사례가 는 거다.
김영옥 기자 |
그렇지만 세부 데이터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재방문율은 54.7%였다. 그런데 미국(42%)은 물론 영국(40.2%)·독일(33.1%)·프랑스(30.7%) 같은 국가들의 재방문율은 평균보다 부쩍 낮다. 이들은 유커와 달리 95% 이상이 개별 여행 형태를 선호하는데, 길 찾기나 관광 정보 접근 등에서 반복적으로 불편을 겪는다. 국내 관광 안내 인프라의 문제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구글맵이 한국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관광객들이 국내외 여행 시 가장 자주 활용하는 앱이 먹통인데, 관광이 제대로 이루어지긴 당연히 어렵다.
구글맵이 한국에서 제한되는 이유로 안보 논리가 종종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국내 지도 서비스 산업 보호를 위한 오래된 무역 장벽에 더 가깝다. 유치산업(幼稚産業) 상태던 국내 IT산업을 구글 같은 글로벌 공룡이 잡아먹자는 걸 막자는 당대 애국심의 발로다. 그런데 이미 국산 지도앱이 굳건한 과점을 유지한 지 오래인 데다, 이젠 우리가 거대 IT 공룡과 맞서는 소버린 AI를 만들 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이런 낡은 규제는 더 이상 국내 산업을 보호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단체관광객 의존이라는 취약한 관광 구조를 오히려 고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우리 관광업이 중국 볼모가 되지 않으려면, 구글맵은 물론 채식·할랄 같은 식단 표기를 포괄하여 국내 관광 환경 역시 적극적으로 외국인 친화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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