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9)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손을 치켜 들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었다고 도리어 상해죄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9)씨가 61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 구형을 받아냈다. 국가의 형벌권 남용에 분명한 반성이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 피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해 놓고도 수십 년 후 재심 개시마저 거부했던 사법부는 이제라도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재심 공판에서 검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1964년 18세 최씨는 자신을 넘어뜨리고 강제로 입맞춘 21세 남성의 혀를 물어 절단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영장도 없이 6개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는데, 가해 남성이 더 가벼운 형(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판사는 최씨에게 “결혼해 살 생각은 없냐”는 망언까지 퍼부었다.
수십 년을 전과자로 살던 최씨는 뒤늦게 명예 회복을 위해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하급심 법원은 “불법 구금 및 자백 강요 증거가 없다”며 최씨의 청구를 두 차례나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통해 재심 개시에 손을 들어주고서야, 방년의 청춘은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어 겨우 누명 벗을 기회를 얻었다.
뒤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국가는 수십 년에 걸친 수사 기소 공판 재심 등 전 사법절차에서 언제나 피해자를 의심하고 그 주장을 탄핵하려는 쪽에 서 있었다. 대법원이 1989년 강제추행범 혀를 깨문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고, 2021년엔 검찰이 유사 사건에서 아예 불기소 처분을 했음에도, 그런 사법적 진전은 최씨의 명예 회복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61년간 국가는 범죄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자구책을 되레 범죄로 매도했고, 뒤이어 ‘법적 안정성’을 방패 삼아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방해하고 가로막았다. 범죄와 배상엔 시효가 있을지언정 국가의 반성엔 시효가 존재할 수 없다. 결심공판 검사의 사과에 이어, 9월 10일 선고에서도 사법부의 뼈아픈 반성과 진정한 사죄 메시지가 전해질 수 있길 기대한다. 그게 치유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