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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낙마에 처음 고개 숙인 대통령실... '밀실 인사' 책임론 번질까 진화 나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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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낙마에 처음 고개 숙인 대통령실... '밀실 인사' 책임론 번질까 진화 나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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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 절차 보완하고 있다"
대통령실 차원의 첫 책임 인정
비서관 저서도 검증 대상에 넣기로
성남·경기라인 문제까지 번지자
비서실장 주재 '인사위원회' 밝히기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통령실이 연이은 낙마 사태에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 검증 절차 개선을 약속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내보이다, 악화한 여론에 떠밀리듯 자진사퇴로 상황을 수습한 지 단 하루 만이다.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사 검증 라인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주 넘게 허우적대는 인사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국면 전환 포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장 후임 장관 후보자들 인선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과 관련해 "엄정한 검증과 좀 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적인 보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의 최고 책임자인 봉욱 민정수석도 공개석상에 나와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 더 세밀하게 살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대통령실에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출범 직후 오광수 초대 민정수석이 차명 부동산 보유와 차명 대출 의혹으로 낙마하고,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불법 조기유학 등으로 이례적으로 '지명 철회'까지 이뤄졌지만, 대통령실은 단 한 번도 책임이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사퇴한 당일(22일)까지도 대통령실은 "인사검증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엄호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결국 대통령실의 인사 라인 책임론으로 불똥이 번지자 180도 태도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성남·경기라인' 김현지 총무비서관과 김용채 인사비서관을 향해 화살이 집중되면서 '문고리 권력'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도 두 사람의 '밀실 인사' 논란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를 가동 중"이라면서 공식 라인을 통해 적법하게 인사 검증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 약속이 단순히 여론 악화로 내놓은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대통령실이 언급한 개선 조치는 저서에 불법 계엄 옹호 내용이 담겨 낙마한 강 전 비서관 사례를 겨냥한 "비서관 저서도 검증 대상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그 이외에 불거진 낙마 사례에 대한 검증 부실을 어떻게 만회할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때문에 향후 교육부, 여가부 장관 후임자 지명과 아직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엄격한 검증 잣대가 적용될 수 있을지 두고 우려가 나온다. 강 대변인은 "우리가 정한 기준과 인사 절차에 따라 적합한 과정을 거쳐 몇몇 인선을 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절차적 완결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