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공무원 ‘낙지부동’…수사로 의욕 꺾지 말라”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라고, 붙어서 아예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가 사회가 발전하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사회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직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자신도 시정이나 도정을 운영하며 벌어진 일로 수사를 받았던 이 대통령은 “정책 감사, 수사 이런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괴롭혀서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 달라”고 이날 회의에서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알고 있는 공무원들 대부분은 매우 유능하고 책임감도 뛰어난 훌륭한 공직자들”이라며 “정권이 바뀌고 나면 합리적이고 꼭 필요했던 행정 집행들조차도 과도한 정책 감사 또는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것은 물론 바로잡아야 되는데, 없는 잘못을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또 정치적인 목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그 업적을 훼손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들의 복무 기강 관련해서 추가로 한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 사회는 일종의 상명하복 관계이기도 하고, 또 매우 조직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특별한 조직”이라며 “허위 보고, 과장·왜곡·조작 보고, 보고 누락 같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이에 대해서는 매우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같은 우리 사회에 소외된 영역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 실태를 최대한 파악해보라”고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전남 나주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인 채 조롱당하는 영상이 공개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런 지시를 내렸다. 그는 “오늘 아침에 보니까 어떤 분이 외국인 노동자를 짐에 매달아 놓고, 지게차에 싣고 다니면서 괴롭히는 장면이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역만리 외국에서 돈을 벌어보겠다고 한국으로 왔는데, 아마도 한 집안의 가장일 가능성이 높은, 또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인격을 가진 사람인데, 그런 모멸적인 대접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받았으니 얼마나 괴롭고, 또 외롭고, 서러웠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걸 보는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을 과연 어떻게 볼까. 참으로 걱정되는 장면이었다”며 “차별과 폭력은 매우 중대한 범죄다. 그리고 인권을 침해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은 “우리의 가족들이 그런 취급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면 이 행위가 얼마나 해서는 안 될 일인지, 얼마나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인지, 또 국가의 품격을 훼손한 행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외국인 노동자 또는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과 민간을 불문하고 폭력 행위,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 다시는 이런 행위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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