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보고서에도 이음새 '누수' 위험 적시
결빙·해빙 반복하며 붕괴 위험 커졌을 듯
결빙·해빙 반복하며 붕괴 위험 커졌을 듯
지난 16일 집중 호우로 경기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록 옹벽이 붕괴돼 차량 2대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
JTBC는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고가도로 개통을 앞두고 시행된 2023년 6월 '서부우회도로 보강토옹벽 정밀점검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2023년 6월 '오산 서부우회도로 정밀안전진단 보고서'.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 제공. |
이어 "이로 인해 시공이음부를 통해 누수가 발생하고 보강토옹벽 전면부를 통해 흘러내리며 표면열화가 발생되었다"고 적었습니다. 해당 고가도로 옹벽은 흙을 쌓아 올린 뒤 콘크리트 블록으로 외부를 마감한 '보강토 옹벽'과 그 위에 올려 도로의 밑바탕과 방호벽 역할을 하는 'L형 옹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두 옹벽의 이음새 부분으로 물이 새어 나왔다는 뜻입니다.
다음 부분이 결정적입니다. 보고서는 "동절기에는 전면부 시공이음부 주변으로 적체된 누수의 결빙으로 인해 재료 분리(동해) 및 콘크리트가 국부적으로 탈락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음새 부분으로 새어나온 물이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보강토 옹벽과 L형 옹벽의 콘크리트 소재를 부스러뜨렸다는 것입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 그런 뒤 해빙기가 되어 녹아버리면 물이 새어 들어갔던 곳에 빈틈이 생긴다. 그러면 거기에 더 많은 물이 들어갈 수 있다. 그 물의 무게와 함께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해당 고가도로가 전면 개통된 건 2023년 9월이지만, 실제 붕괴가 일어난 옹벽 부분이 지어진 건 2011년이었습니다. 고가도로의 나머지 부분 건설이 늦어지면서 10년도 넘게 방치돼 있던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옹벽 이음새 부분이 지속적으로 누수 피해와 동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는 2년 뒤, 사고 한 달 전인 지난달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2025년 6월 보고서는 해당 옹벽에 대해 "방호벽에 발생한 조인트부 누수로 인하여 조인트 주변 콘크리트에 우수로 인한 열화, 재료 분리가 발생하였으므로, 실링재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습니다. 역시 이음새 부분으로 물이 새 콘크리트가 부식되고 떨어져나갔다는 의미입니다.
2년 간격으로 나온 두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물이 새어 나오고 재료가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옹벽 이음새' 부분은 이번 붕괴 사고의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지점입니다. 실제 붕괴 사고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상부의 콘크리트 방호벽(L형 옹벽)과 하부의 블록 옹벽(보강토 옹벽)의 이음새 부분이 터져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산 옹벽 붕괴 순간의 화면. 상부 방호벽과 하부 옹벽 사이 부분이 터져나간 모습이 확인됩니다. |
누수와 동해의 원인이 된 고가도로 배수로가 올바르게 설계 및 시공됐는지, 배수로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약해진 부분을 보강하는 등 유지 관리 작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지난 22일 고가도로 옹벽 시공을 맡았던 현대건설과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오산시 등을 동시 압수수색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이 적용된 가운데,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조항 적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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