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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효과, 어디까지 왔나…치킨부터 립스틱까지 '소비 엔진' 가동

디지털데일리 최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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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효과, 어디까지 왔나…치킨부터 립스틱까지 '소비 엔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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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시장에 풀리면서 생활 밀착 업종 전반에 소비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용처가 제한된 구조 덕분에 소비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대형 유통보다는 골목 상권과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흘렀고, 소비자들은 익숙한 제품부터 손을 뻗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고기와 간편식을 고르고, 치킨과 립스틱으로 작은 소비를 회복하는 모습은 단기 재정정책이 실제 시장과 맞닿는 흐름을 보여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작된 1차 지급 신청 첫날에만 697만5642명이 몰렸다. 전체 대상자의 13.8% 규모로, 신청 다음 날 자동 지급되는 구조다. 하루 만에 풀린 쿠폰 규모는 약 1조2722억원이다. 지급 수단은 신용·체크카드(534만여명), 모바일·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약 100만명), 지류 상품권과 선불카드 등으로 나뉜다. 사용지역은 주소지 관할 지자체로 제한되며, 이는 곧 가까운 소비처로 돈이 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 쿠폰이 바꾼 소비 지도…"가까운 매장으로, 익숙한 품목으로"=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매출 변화가 감지됐다. GS25는 22일 하루 동안 쇠고기 매출이 전월 같은 요일 대비 17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계육, 돈육, 김치, 과일류, 라면 등 주요 품목이 일제히 상승했고, CU·세븐일레븐 등도 도시락과 즉석식품, 아이스크림 등 간편 소비 카테고리에서 매출 증가가 확인됐다. 정육·생필품 중심의 이 같은 소비 흐름은 단가가 명확하고 사용이 즉각적인 품목이 먼저 움직이는 저항 없는 소비의 전형으로 해석된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빠르게 반응했다. 굽네치킨은 전국 1200여개 매장에서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공지했고, bhc·BBQ 등도 가맹점별 사용 가능 여부를 안내하며 소비 대응에 나섰다. 사용 가능한 곳이 명확히 구분되고, 배달 수요가 꾸준한 외식 브랜드가 1차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뷰티 업계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다수 매장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으며, 일부 지자체의 모바일 상품권은 전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립스틱, 선케어 제품, 쿠션류 등 기분 전환형 소비 제품이 빠르게 반응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소소한 사치 소비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으로 읽힌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종합몰, 무신사·SSG닷컴·29CM 같은 온라인 플랫폼 등은 사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직접 수혜는 어렵지만, 필수 소비를 쿠폰으로 해결한 후 비쿠폰 채널에서 여가·패션 소비를 이어가는 간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유통 관계자는 "쿠폰은 가까운 매장에서 쓰고, 여유는 온라인에서 푼다는 이중 소비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쿠폰이 현금성 지원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유통 관리도 병행 중이다. 전매나 양도는 엄격히 금지되며, 위반 시 보조금 환수·수령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당근마켓은 쿠폰을 '정부지원금'으로 지정해 거래를 차단하고 있으며, 행안부는 온라인 커뮤니티 감시와 지자체별 신고센터를 통해 유통 질서 관리에 나섰다.

이번 쿠폰은 9월 12일까지 1차 지급이 이뤄지며, 이후에는 소득 기준을 반영한 2차 지급이 예정돼 있다. 기본 지급액은 1인당 15만원이며, 차상위계층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이다.

◆ 반복된 지원금, 반복된 소비?…'쿠폰 피로감'은 변수=다만 소비쿠폰이 또 한 번의 단기 부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코로나19 이후 몇 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 경험 속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제한된 소비 환경에 익숙해져 있고, 소진 시점만 앞당기는 이른바 반짝 소비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가맹점 등록 여부에 따라 사용 가능 업종과 채널이 제한되는 구조에서, 혜택이 일부 프랜차이즈나 도심 중심 가맹점에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 진작이 아닌 소비 왜곡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또 쿠폰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중심으로 첫 반응을 일으켰다면, 다음 단계는 선택 소비의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단기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외식, 뷰티 소품, 근거리 여행이 움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교육, 문화, 미용, 패션 등 고정 지출 바깥의 선택 소비가 다시 살아나는지에 따라 소비 심리의 회복 강도와 속도를 판단할 수 있다. 쿠폰은 단기 유동성은 제공하지만, 진짜 회복은 결국 지갑을 여는 이유에 달려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비쿠폰은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왜 사기 시작했는지를 보는 게 핵심"이라며 "생활형 소비를 지나 다시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소비로 회복이 이어진다면, 그게 진짜 심리 회복의 신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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