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말자씨 “이 사건 잊지 말아달라”
이른바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당사자인 최말자(가운데) 씨가 23일 오전 부산지법 352호 법정 앞에서 자신의 재심 첫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유죄를 선고받았던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의 당사자 최말자 씨(79)가 61년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 검찰이 재심 공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무죄를 구형해 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23일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씨 사건의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최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에 최씨는 죄가 없다고 선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사건은 1964년 5월 당시 18세였던 최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 21세 남성의 혀를 깨물어 약 1.5㎝가 절단된 데서 비롯됐다. 최씨는 당시 중상해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가해자는 강간미수가 아닌 특수주거침입·협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피해자인 최씨보다 오히려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형법 교과서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 사례’로 기록됐으며, 1995년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2003년에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최씨는 2020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1·2심에서 기각됐다. 검사의 불법 구금이나 자백 강요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재심이 열렸다. 이어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함에 따라 최씨는 재심 선고기일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날 최씨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사를 넘나들던 그날 이후 피를 토하는 고통의 세월이었다”며 “이 사건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부산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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