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음 달 사퇴할 뜻을 굳혔다는 일부 일본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뜻으로 보이지만, 이시바 총리 책임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앞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23일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 스가 요시히데 부총재,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1시간 20분 가량 회담했다. 3명은 모두 자민당 총재 및 총리를 역임한 인물들로 이례적 형태의 회담이었다. 그는 회담 뒤 기자단에 퇴진할 의사를 굳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회담에서 나의 진퇴에 대해서는 일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퇴진 의사를 굳혔다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 보도된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앞서 이날 오전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와 관련해 8월 말까지 물러날 의향을 굳히고 주변에 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되, 당의 선거 결산과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해 다음달 말 퇴진 여부를 밝힌 것”이라고 내다봤다. 8월 말 거취를 표명하면, 자민당이 9월에 당 총재를 선출한 뒤 10월 이어지는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를 치르는 방식으로 당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총리 퇴진은 불가피한 정세”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남겨진 과제가 있다”며 퇴진에 대해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변에 말해왔다고 전했다. 8월에는 총리가 강한 관심을 보이는 전후 80년 ‘종전(패전) 기념일’이 있고 미·일 정상회담도 모색하고 있어, 이런 일들을 매듭지은 뒤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회담 뒤 기자단에 “(자민당) 전 총재 3명과 강한 위기감을 공유했으며 ‘당의 분열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같은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과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무역합의를 한 것과 관련해서 “합의를 했지만 대미 수출 품목이 4000개가 넘으며 각각 관련 회사와 사업자에게 극히 중대한 문제다. 합의를 확실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에 남은 과제를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 합의 결과를 설명하며 ‘이번 합의가 총리 진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합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미·일 무역 합의 성과 등을 통해 퇴진론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까지 과반을 유지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시바 정부 출범 9개월 만에 상하 양원에서 모두 소수 여당이 됐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다음날인 21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이 멈춰 서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곧바로 밝혔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오히려 불만이 커지며 퇴진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자민당 내 주요 파벌과 거리를 둬왔던 이시바 총리는 당 내 기반이 약하다. 이 때문에 당 내 영향력이 있는 전직 총리 3명의 협력을 구해서 정권 운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와 전직 총리 3명의 회담 의미를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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