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대구시당 동구위원회는 지난 1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 혁신도시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을 촉구했다. 진보당 대구시당 제공 |
“대구 혁신도시는 대구의 섬인가요? ‘혁신도섬’인가요?”
대구시가 최근 ‘제2차(2026~2035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동구 혁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도시철도망 계획안에 혁신도시가 제외됐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도심 외곽에 있는 혁신도시는 2012년부터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 12곳이 이전을 완료했지만, 대중교통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혁신도시에 10년째 사는 주민 백소영(44)씨는 “아이들 학교 앞을 지나는 버스 노선이 2대밖에 없다. 버스 한 대라도 놓치면 지각할 정도로 배차 간격이 길다. 도시철도 노선이 생기길 기대했는데 또 좌절되어 너무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혁신도시 내 유일한 중학교인 새론중학교 앞을 지나는 버스 노선은 708번·동구4(4-1)번 버스 두 대뿐이다. 이들 버스의 배차 간격은 13∼28분이다. 혁신도시에는 고등학교도 없다. 고등학생들은 한 번 이상 환승해야 하는 지역까지 버스를 타고 나간다고 한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 새론중학교 앞 버스정류장 모습. 김규현 기자 |
김은옥 대구 동구의원은 “새론중 앞 버스정류장은 하교 시간마다 버스를 놓친 학생들이 택시를 타거나 학부모 차를 타기 위해 몰리면서 사고 위험도가 높다”며 “혁신도시 학생들에게 버스는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하교 시간대 배차를 늘리거나 학교 앞 정류장 특성에 맞는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고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백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은 학생대로 불편하고, 운전하지 못하는 교통약자들도 모두 불편해요. 여건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살고 있는데, 이번 계획안을 보면서 모두 혁신도시를 떠나라는 말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대구시는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혁신도시 쪽으로 연장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기준을 넘지 못해 최종 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다. 수요 대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연장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 21일 대구 동구 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 1층 전체가 비어있다. 김규현 기자 |
최근 대구 혁신도시 인구는 감소세다. 지난 2022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도시 정주 환경 통계조사 결과, 대구 혁신도시 인구는 1만8678명으로 애초 정주 계획 인구 2만2215명의 85% 수준이었다. 당시 대구 혁신도시의 인구 증가율은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9위였다. 지난해 6월 기준 대구 혁신도시의 인구는 1만7319명으로 목표 인구의 77.96% 수준으로 떨어졌다.
송영우 진보당 대구시당 동구위원장은 “지역 성장과 균형 발전 목적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가 지금처럼 ‘섬’으로 머무는 이상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대중교통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정주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혁신도시발전위원회를 꾸리는 등 새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응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혁신도시뿐 아니라 대구 전체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 도시철도 1호선을 혁신도시 쪽으로 연장해 개통하는 등 교통 편의와 교육·보육·문화 시설 등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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