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가 두달 만에 다시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생산자물가지수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로 전월(119.64) 대비 0.1% 상승했다. 4월과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2%, 0.4% 하락한 바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을 이끈 건 축산물과 농림수산품이다. 축산품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4%(124.49→127.45), 농림수산품은 0.6%(112.95→113.67) 올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시금치(43.5%), 배추(31.1%), 풋고추ㆍ무(12.8%), 상추(11.6%), 파(10.5%) 등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축산물 중엔 돼지고기(9.5%), 달걀(4.4%)이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 측은 "이상 고온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봄배추 출하가 늦어지면서 배추 가격이 올랐다"면서 "돼지고기는 5월 연휴 작업 일수가 줄어들면서 도축량이 감소한 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생산자물가가 앞으로도 오름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 데다, 7월 들어선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농림수산품의 가격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6~20일 내린 집중호우로 농작물 재배지 2만9448헥타르(ha)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 면적(약 6만500ha)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침수 피해를 입은 지역의 95%가량이 충남(1만6709㏊)·전남(7757㏊)·경남(3792㏊) 등 농산물 주산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집중호우로 폐사한 가축은 총 169만 마리에 달한다. 닭 145만 마리, 오리 15만1000마리, 돼지 775마리, 한우 588마리, 젖소 149마리 등이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서민들이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ㆍ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데,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민생을 압박할 정도로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진|뉴시스, 자료|한국은행, 참고|전월 대비 기준] |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1%대로 안정화하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줄곧 2%(이하 전년 동월 대비)대를 기록하고 있다.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1.9%로 하락했다가 6월 다시 2.2%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채소와 육류 가격 상승은 특히 외식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6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3.1% 올랐다. 도시락(8.4%), 자장면(5.9%), 짬뽕(5.4%), 햄버거(4.7%), 볶음밥(4.6%), 돈가스(4.3%), 해장국(4.3%) 모두 줄줄이 올랐다.
물론 정부는 수급 불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물가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호우 피해로 인한 수급 불안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할인지원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