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란 옹호’ 저술로 논란을 빚은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22일 자진 사퇴했다. 인사 검증의 기초 자료인 저서 내용조차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인사 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임명 불가’ 여론이 거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며 임명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넓게 포용하겠다는 대통령 의지에 따라 보수 인사 추천을 거쳐 강 비서관을 임명했지만 국정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국민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며 강 비서관 사퇴 사실을 전했다. 강 비서관이 지난 3월 펴낸 저서에서 12·3 계엄을 “야당의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옹호한 사실이 드러나 여당 안에서도 경질론이 들끓었다.
강 대변인은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물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검증 시스템에서 보지 못한 예상외의 문제가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다르다. ‘차명 재산’ 논란으로 물러난 오광수 전 민정수석부터 ‘논문 표절, 자녀 불법 조기유학’ 등으로 지명 철회된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 전 비서관에 이르기까지 새 정부에서 낙마한 세명 모두 재산 및 법적 분쟁 여부, 저작물 등 기본 자료 조사만으로도 부적격 사유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을 ‘멍청하다’고 비난하는 등 ‘막말’ 논란을 빚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사 검증 절차에 밝은 여권 인사는 “저서 확인은 인사 검증의 기본이다. 공식 발간된 책의 부적절한 주장을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 강조한 ‘시스템 인사’와 달리 인사 추천·심사 과정 모두를 비밀에 부치는 대통령실의 ‘밀실 인사’가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 문제에서 후한 평가를 못 받는 문재인 정부 때도 청와대는 장차관 인사는 비서실장과 인사·정무수석 등이 참여하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인사수석을 두지 않은 지금의 대통령실은 인사 추천의 주체부터 불투명하다. 강훈식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인사 문제를 논의한다지만, 다른 수석들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인사 과정은 구구절절 밝히기 어렵지만, 인사 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관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만 했다.
거듭된 인사 난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이날 이 대통령은 국방부(안규백)·국가보훈부(권오을)·통일부(정동영)·여가부(강선우)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24일까지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여당 안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모두 큰 위기의식이 없어 보여 불안하다.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지지층 균열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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