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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오로스테크놀로지 전무 “AI 시대 반도체 개발 더 빨라야...생태계 설계할 마지막 시기”

매일경제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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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오로스테크놀로지 전무 “AI 시대 반도체 개발 더 빨라야...생태계 설계할 마지막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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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오로스테크놀로지 전무 인터뷰
대만은 TSMC 중심으로 생태계 구축
한국은 다 단절, 협력 기회도 없어


박진석 오로스테크놀로지 전무.  [사진=이승환 기자]

박진석 오로스테크놀로지 전무. [사진=이승환 기자]


박진석 오로스테크놀로지 전무는 평생을 반도체 장비와 함께 지낸 인물이다. 대학 시절 당시 전국에 2개 밖에 없던 반도체공학과를 졸업하고, 니콘에서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2000년부터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를 다니다가, 2017년 지금의 오로스테크놀로지로 옮겼다.

오로스테크놀로지는 2009년 설립 이후 전공정 오버레이 계측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HBM 및 고급 패키지 분야로 확장하여 매출 비중의 30%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중인 MI 장비 전문 기업이다.

박 전무는 “완성도는 있지만 검증되지 않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기술이 쌓여있다”며 “지금이 대만 같은 유기적 생태계를 설계할 마지막 시기”라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창 큰 고충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은 개발 인력은 있어도, 장기간 연구를 할 인력은 부족하다. 산학 협력으로 일부 충족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만 같은 반도체 생태계가 필요하다.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장비를 검증할 인프라가 없는 것도 문제다. 장비를 검증하려면 삼성전자처럼 양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대기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검증이 늦어지니 고객사 수요에 맞추기도 어렵다.

Q. 최근 AI 반도체가 떠오르고 있는데, 무엇이 달라졌나.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고객사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개발 일정은 갈수록 촉박해지고 있다. 오로스테크놀로지는 계측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더욱이 짧은 개발 기간 안에서도 고객 맞춤형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왔다.


하지만 고객사로부터 기술력 인정받으려면 자원을 총량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 검증에 필요한 인프라는 저희 같은 기업에 절실하다. 선단 공정의 공공 테스트베드가 뒷받침된다면, 개발 속도와 신뢰성 모두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대 전환기에 있는 지금, 공공팹을 통한 실증 환경이 제공된다면, 저희 같은 기술 기반 기업이 고객사와 시장을 잇는 기술 부스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장비 개발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민첩한 대응력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게 돼 반도체 산업 국력확보의 전략적 기반이 될 것이다.

Q.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는 어떤 상황인가.


다 단절되어 있다. 대기업들이 지닌 팹, 연구소, 중소기업들은 지리적으로 다 분산되어 있다. 심지어 장비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통해서만 검증을 받을 수 있지만, 세부 데이터는 기밀이라서 접근할 수 없다. 공급망 구조가 대기업 중심이라 기술 신뢰성을 얻기 힘들다.

반면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연구기관, 대학, 팹리스, 중소기업들이 모두 신주 과학단지에 모여있다. R&D 기획부터 실증, 양산까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술 상용화율과 중소기업 생존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Q.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치고나갈 골든타임은 얼마나 남았나.

향후 3~5년이 한국 반도체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결정적 시기다. 한국은 여전히 각 주체가 따로 움직이고, 기술을 검증하고 판로를 만들 공공 구조가 미흡하다. 기술이 있어도 실험할 수 없고, 검증되지 않아 시장에 못 들어가는 기술들이 쌓여있다. 전주기를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마지막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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