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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범죄 미화 아니다"... '아들 총격 사건' 불똥 튄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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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범죄 미화 아니다"... '아들 총격 사건' 불똥 튄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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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알선수재 공모' 건진법사 재판 증인 출석
25일 공개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총기 사건 소재에 20일 인천 사건과 겹쳐
권오승 감독 "사건, 드라마 명확히 구분"
"'저런 선택하면 안 된다'로 귀결될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에서 경찰 이도(김남길)와 미스터리한 조력자 문백(김영광).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에서 경찰 이도(김남길)와 미스터리한 조력자 문백(김영광). 넷플릭스 제공


총기 사건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새 드라마 '트리거'가 25일 공개를 앞두고 인천에서 발생한 '아들 총격 살인' 사건의 직격탄을 맞았다. 넷플릭스는 총기 사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드라마 홍보 일정을 일부 축소했다. 제작진은 해당 드라마가 총기 범죄 미화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트리거'를 집필·연출한 권오승 감독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사건은 사건대로 작품은 작품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0회로 구성된 '트리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전국에 택배로 배송되고, 총기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방아쇠를 당기면서 총격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배우 김남길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파출소 순경 이도로 나온다. 베일에 싸인 인물로 이도를 돕는 문백 역할은 배우 김영광이 맡았다.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드라마는 공개 5일 전인 20일 인천에서 63세 남성이 생일상을 차려준 30대 아들을 사제 산탄총으로 쏴 사망케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덩달아 구설에 휘말렸다. 넷플릭스는 이날 주연배우가 참석하는 팬 이벤트 '트리거 토크 앤 샷(Talk & Shot)'의 생중계를 취소했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총기 사건 여파를 의식해 홍보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22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제작발표회에서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길·김영광·길해연·박훈 배우와 권오승 감독. 넷플릭스 제공

22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제작발표회에서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길·김영광·길해연·박훈 배우와 권오승 감독. 넷플릭스 제공


'트리거'는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 악의를 갖고 총을 무료로 나눠준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총기가 엄격하게 제한된 한국에서 아들을 직접 만든 총으로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드라마 속 총격 사건이 허구의 경계를 넘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권 감독은 "극중 인물들이 총을 잡게 된 사연이나 결과는 (최근 일어난 총기 사건과)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며 "사건과 작품은 명확하게 구분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부당한 상황에 억눌려 있던 인물들이 '악당'처럼 그려지는 대상에게 총을 겨누는 일부 장면에서 사적 보복을 위한 총기 사건을 미화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시각도 있다. 권 감독은 "절대 범죄를 미화할 수는 없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런 에피소드는 전체 드라마의 일부일 뿐"이라며 "사연과 사연이 연결돼 마지막에 주인공 이도가 내는 목소리까지 보고 나면 작품의 명확한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 드라마 속 총을 잡는 인물들의 사연에 공감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저런 선택을 하면 안 된다'로 귀결할 것"이라며 "총이 없어 안전한 대한민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중 비정규직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엄마 '오경숙'을 맡은 배우 길해연도 이날 "총기로 상징되는 힘이 나에게 주어지더라도 절대 둑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가치관이 작품을 통해 굳건해졌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