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국가가 면허한 보건의료 전문가입니다. 국민이 언제든 편하게 한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막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고쳐야 합니다."
대한한의사협회 제45대 윤성찬 회장은 취임 1주년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윤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과 함께 한의대 정원 축소, 한방 치료 실손보험 재진입, 건강보험 점유율 확대, 봉직의 일자리 확대 등 7가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한의약 세계화, 돌봄 한의사 제도를 통한 방문 진료 강화 등을 정책 현안으로 선정해 임기 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초음파 등 진단기기 사용이다. 지난 1월 법원은 엑스레이 사용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음에 따라 완결심으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초음파 사용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령은 사용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윤 회장은 "사법부의 완결심 판결로 법적 근거는 명확해졌다. 남은 것은 행정 절차"라며 "보건복지부가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등 개정을 늦추고 있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국민 건강권 침해"라고 강력 비판했다.
협회에 따르면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하면 환자의 의료기관 이중 방문 불편 해소와 의료비 절감 효과가 명확하다. 윤 회장은 "한의원 방문 후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다시 의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으면 의료비가 2배로 지출된다. 이것만 따져봐도 환자의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의원 8300여 곳에서 엑스레이 장비를 구비하면 의료기기 업계에도 최소 25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판독 능력 부족' 논란에 대해 윤 회장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윤 회장은 "한의과대학교에서 엑스레이를 포함한 영상진단 교육은 내가 한의과대학에 재학했던 1988년 이전부터 있었으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발표한 한의사의 직무분석 보고서에도 이미 2000년부터 한의사의 엑스레이 판독이 명시돼 있다"면서 "한의사 국가시험에도 엑스레이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 문항이 다수 출제되고 있으며, 이미 면허를 딴 회원들은 보수교육, 학술대회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중점을 두는 또 다른 과제는 치료용 한약·약침·한방물리요법의 실손보험 재진입이다. 2009년 실손보험이 개편되면서 현재 한의 비급여 치료는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환자 본인부담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국민 의료선택권이 제한되면 결국 경제적 이유로 보건의료제도가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또 최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해당 개정안은 자동차보험 상해 12-14등급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8주 초과 진료 여부를 가해자 측 보험사가 결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윤 회장은 "8주라는 기준은 어떠한 의학적 근거도 없으며,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입법을 결정한 것은 보험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화살이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글로벌화 및 젊은층과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2034년까지 전통·보완·통합의학(TCIM)에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근거 창출과 연구의 고도화,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통합 등을 전략목표로 내세웠다. 윤 회장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서 한의학이 가장 앞서 세계 전통의학 시장으로 수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특히 우리나라 젊은층이 바라보는 한의학에 대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미디어에서 '한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중세시대 의술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윤 회장은 "한의학은 근대 한의학을 거쳐 현대 한의학으로 발전해왔다. 1960년대 이미 전국에 6년제 한의과대학이 만들어졌고, 현대식 의학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며 "한의학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고 아쉬워했다.
협회는 한의학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젊은층과 소통을 위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미디어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며 젊은층이 즐기는 음악 페스티벌, 치맥축제 등 현장 의료봉사가 대표적이다. 윤 회장은 "소통의 장벽을 허물면 한의약에 대한 오해도 자연스럽게 풀린다"며 "혐오성·비방성 콘텐츠에는 법적 대응으로, 문화 콘텐츠에는 친근한 참여로 양면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국민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한의사가 함께하겠다. 의료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지키고 미래의료 혁신을 이끄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할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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