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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인한 상수도관 파손으로 단수가 사흘째 이어진 22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카페에 휴무 안내문이 붙어있다. 주성미 기자 |
“여는(여기는) 커피 파는교?” “아뇨. 물이 안나와요.”
22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수연(46·울주군 삼남읍)씨가 가게 앞을 지나는 손님의 물음에 볼멘 소리로 답했다. 5일장인 언양알프스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카페를 기웃거렸지만 허씨는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집중호우로 상수도 송수관로가 파손돼 지난 20일부터 물이 끊긴 탓이다. 사흘째 영업을 중단하고도 매일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게를 지키는 허씨는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주면 뭐하느냐. 며칠 동안 장사도 못 하고 가게 임대료, 배달업체 수수료 낼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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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인한 상수도관 파손으로 단수가 사흘째 이어진 22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5일장인 언양알프스시장. 주성미 기자 |
언양알스프시장에서 국수 장사를 하는 김민정(53·울주군 범서읍)씨는 이른 아침부터 근처 마트에서 2ℓ짜리 생수 18통을 사 왔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보낸 안내문자를 받지 못했다. 단수 지역인 울주군 언양·삼남·두동·두서·상북·삼동 등 서부권의 6개 읍·면에만 문자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슨 상황인지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답답하다. 급한 마음에 생수를 사 오긴 했는데 이걸로 국수를 몇그릇이나 팔겠느냐”며 “장날이 나름 대목인데, 장사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화장실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중화장실은 폐쇄됐고, 상가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적잖은 가게가 영업을 포기했다. 장날에만 문을 여는 떡갈비집은 텅 비었고, 임시휴무를 결정한 미용실은 손님들에게 예약 변경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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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22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무동교 인근에서 파손된 상수도 송수관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낮 공사를 마친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흙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이토작업을 거쳐 23일 새벽 수돗물을 정상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성미 기자 |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말을 들어보면, 집중호우 여파로 지난 19일 낮 12시10분께 울주군 범서읍 천상정수장에서 언양1가압장으로 이어지는 지름 900㎜짜리 상수도 송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20일 오전 10시 울주군 서부권 6개 읍·면 3만5천여가구, 6만8천여명에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고 보수공사를 벌였으나, 누수 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수 기간이 길어졌다.
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울주군은 생수 공급, 급수차와 산불진화차량까지 동원해 생활용수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급수 시간과 장소, 복구공사 진행상황 등 정보 공유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홍연숙(56·울주군 삼남읍)씨는 “언제 어디서 물을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퇴근해서 집에 가면 그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다”며 “정수기용 큰 물통 2개를 챙겨 경주 지인 집에서 물을 얻어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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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청이 21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한 사과문. 울주군청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21일 오후 5시53분께 ‘송구하다’는 안전문자를 발송했고, 울주군청도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2일 낮 파손된 송수관로 약 20m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고, 흙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이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상적인 수돗물 공급은 23일 새벽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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