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수산곶자왈에 설치될 생태계 기후대응 표준관측망 조감도. 국립생태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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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살피겠다며 제주에 있는 생명의 숲인 곶자왈에 27m 높이의 관측망을 설치하겠다고 나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에서 ‘생태계 기후대응 표준관측망’(관측망) 착공식을 연 뒤, 오후에는 예정지인 서귀포시 수산리 수산곶자왈을 답사했다. 관측망은 첨단 센서가 달린 타워 모양의 철제 구조물로,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 수립을 위해 기후변화가 나무와 덤불이 우거진 숲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국립생태원은 전국적으로 충남 공주시 계룡산 등 5곳의 관측망 후보지를 선정했는데, 제주 곶자왈은 아열대 산림의 기후를 모니터링할 장소로 꼽혔다.
국립생태원은 내년 1월 준공될 제주 관측망을 ‘생태 타워’라고 부르지만, 제주 환경단체들은 ‘생태를 훼손하는 타워’라고 맞서고 있다. 4㎡ 면적의 곶자왈 땅을 파내 27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을 심고, 콘크리트로 받치는 공사를 하면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산곶자왈 예정지는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 2등급 지역인 데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게 하는 통로인 ‘숨골’ 지역이기도 하다. 주변에는 제주 보존자원인 가시딸기,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새우난초 군락지가 분포하고 있다.
제주 환경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어 “사업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다”면서도 “지난 10일 사업설명회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는데, 이후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훼손 최소화 방안’이라는 1쪽짜리 문서를 보내온 것이 전부였다. 환경보전의 책임성과 지역사회의 신뢰를 모두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착공을 중단하고 다른 부지를 찾으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서귀포시의) 허가가 난 사항이라서 수산곶자왈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숨골을 피해 콘크리트 기초 작업을 하고, 타워를 조금 옆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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