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소방관과 군인들이 21일 수도 다카의 마일스톤 스쿨 앤드 칼리지 캠퍼스에 떨어진 공군 훈련기의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21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공군 훈련기가 수도 다카의 한 학교로 추락한 사고로 최소 31명이 숨지고 165여명이 다쳤다. 피해자는 대부분 학생들이다.
22일 현지 매체 프로톰알로 등 외신은 전날 낮 1시6분 방글라데시 AK 칸다커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공군 소속 에프(F)7 BGI 훈련기가 2분 뒤 수도 다카 북쪽 우타라 지역의 마일스톤 스쿨 앤드 칼리지 캠퍼스에 떨어져, 이날 낮까지학생 최소 25명과 학생들의 탈출을 돕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교사, 훈련기 조종사 등 31명이 숨지고 16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약 70여명이 국립 화상·성형외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20여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마일스톤은 4살부터 18살까지 다니는 초·중·고등과정 학교로, 훈련기가 학교 2층 건물에 충돌할 당시 일부 아이들은 하교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방글라데시 국방부 공보실(ISPR)에 따르면 조종사는 이륙 직후 “기술적 결함”을 확인하고,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행기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몰려고 하다가 마일스톤 캠퍼스에 추락했다.
이 학교 고등학생 에몬 이슬람은 사고가 날 당시 캠퍼스 인근에서 추락 장면을 봤다면서 “비행기 창문이 깨지고 비행기가 불길에 휩싸여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추락할 당시 이미 비행기가 불타고 있었다는 증언들이 전해지고 있다.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사고 조사에 착수했으나,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락한 에프티-7 비지아이 훈련기는 중국 전투기로, 에프-7 조종사들을 훈련하는 데 쓰이는 저가형 기종이라고 알려졌다. 방글라데시는 2013년에 이 기종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10학년 학생 파르한 하산은 비행기가 학교 건물을 들이받을 당시 막 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교실을 나섰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불타는 비행기가 내 눈앞에서 바로 건물에 충돌하고 있었어요. 내 가장 친한 친구, 시험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가 내 눈앞에서 죽었어요”
파르한은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전했다. 이 학교 교사 마수드 타릭은 로이터 통신에 폭발음이 났을 때 “뒤를 돌아보니 화염과 연기만 보였다. 거기엔 보호자들과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어머니는 추락 사고 직후 전화를 걸어왔으나, 그 이후 소식이 끊겼다며 아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된 22일 방글라데시의 모든 정부·공공기관·교육기관 등에는 조기가 걸렸다. 외신들은 이날 수백명의 학생들이 사고 현장에 모여 정확한 사망자 집계 및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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