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의회 일부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의회 건물 앞에서 ‘청렴 캠페인’을 벌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구의회 제공 |
음주운전 적발을 우려해 동승자에게 운전대를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정재목 대구 남구의원(무소속)이 결국 제명됐다.
대구 남구의회는 22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음주운전 정 구의원에 대한 징계요구 안건을 상정해 제명 의결했다. 재적의원 8명 가운데 당사자인 정 구의원을 제외한 7명이 제명 여부를 묻는 표결에 참여,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정 구의원은 이날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남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정 구의원의 징계 수위를 ‘제명’으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 1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정 구의원의 징계 권고 수준을 제명으로 정한 것을 윤리특위가 그대로 반영했다.
현재 남구의회는 국민의힘 5명과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힘 소속이었던 정 구의원은 음주적발 건으로 물의를 빚자 지난 달 17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남구의회는 해당 의원의 제명을 위해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정한다. 표결에서 6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했는데, 이날 동료들은 정 구의원에 대해 악화한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제명 조치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목 대구 남구의원의 지역구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정재목 사랑모임’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남구청 앞에서 정 의원 제명 반대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백경열 기자 |
일각에서는 본회의에서 수정 안건이 제출돼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그러한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명 이외에 30일 이내 출석정지, 경고, 공개사과 등의 징계안이 있다.
남구의회는 지난 달 27일 있었던 본회의에서 정 의원의 직책인 ‘부의장’ 불신임안을 상정해 부결시킨 바 있다. 당사자를 제외한 7명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찬성과 무표 각 3표, 반대 1표 등으로 과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당시 본회의 직후 정 구의원과 국힘 소속 의원들이 의회 앞에서 ‘청렴 캠페인’을 벌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남구의회 관계자는 “제명안 표결은 단 한 차례로 마무리됐다”면서 “구의원들이 (음주운전 방조로) 나빠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목 남구의원은 지난 4월26일 저녁 시간대 달서구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차를 직접 몰다가, 자리를 바꿔 지인 A씨에게 운전하게 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이 적발 당일 오후 9시55분쯤 음주 단속을 벌일 때 운전석에는 A씨가 탑승한 상태였다. 음주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정 구의원은 0.03% 미만으로 훈방 처분됐다.
경찰은 정 구의원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를 적용해 지난 달 11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한편 이날 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전 9시쯤 남구청 정문 앞에서는 ‘정재목 사랑모임’이라는 단체가 정 의원의 제명 반대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에는 관변단체 대표와 이·통장 등 정 의원의 지역구 주민 1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주민의견 적극 반영하라’, ‘소신없는 제명 반대’, ‘제명안 즉각 철회하라’ 등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손에 든 채 집회를 진행했다.
한 주민은 “의회가 규정과 원칙을 벗어나 제명까지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생업도 미루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구의원보다) 더한 문제를 일으킨 의원도 버젓이 직을 유지하는데 이번 사안으로 제명까지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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