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차가운 유튜브 알고리즘이 빚어낸 따뜻한 멜로디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 온라인이 술렁였다. 1980년대 일본 시티팝의 감성을 완벽하게 재현한 세련된 사운드. 청량한 기타 리프와 경쾌한 드럼. 몽환적인 보컬로이드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감성. 여기에 눈을 사로잡는 영상까지.
내 귀를 홀리는 그 매혹적인 음악을 더 알고 싶었다. 아티스트가 누구일까? 노래 제목은? 그런데 음원 플랫폼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댓글창에 글을 남기자 이런 답글이 달린다. "이 음악은 제가 AI로 만들었어요" 댓글 창은 순식간에 "이게 AI가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런 1980년대 감성을 완벽히 구현하나", "너무 좋아서 무한 반복 중입니다" 등 놀라움과 찬사가 뒤섞인 반응으로 가득 찼다.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음악 창작의 경계가 AI 기술의 발전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물론 한계도 뚜렷하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내 귀를 홀리는 그 매혹적인 음악을 더 알고 싶었다. 아티스트가 누구일까? 노래 제목은? 그런데 음원 플랫폼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댓글창에 글을 남기자 이런 답글이 달린다. "이 음악은 제가 AI로 만들었어요" 댓글 창은 순식간에 "이게 AI가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이런 1980년대 감성을 완벽히 구현하나", "너무 좋아서 무한 반복 중입니다" 등 놀라움과 찬사가 뒤섞인 반응으로 가득 찼다.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음악 창작의 경계가 AI 기술의 발전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물론 한계도 뚜렷하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음악 지식 없어도 '10분 만에 뚝딱'…현실이 된 AI 작곡
과거 작곡을 위해서는 화성학, 악기 연주 등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음악과 작곡의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다만 약간의 균열은 보이고 있다. AI가 작곡과 관련된 그 모든 과정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신나는', '잔잔한' 같은 분위기나 '힙합', '시티팝' 등 원하는 장르, 사용할 악기 등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방대한 음악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독창적인 멜로디와 반주를 순식간에 생성해낸다.
실제로 'Udio', 'Suno', 'Soundraw' 등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음악을 만들어주는 해외 플랫폼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봄(EvoM)', '키닛(Keeneat)' 등 여러 AI 음악 서비스가 등장해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영상 배경음악이나 개인적인 기념 음원을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최근 한 대학생은 AI와 협업해 만든 곡으로 정식 음원을 발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시티팝 감성을 AI로 제작해 유튜브에 게시하고 있는 유튜버 타쵸는 "AI로 내 머리속에 담겨있는 다양한 느낌의 음악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어 즐겁다"면서 "음악에 걸맞는 영상 및 이미지도 구글 비오3 등으로 제작해 게시하며 즐기는 중"이라 말했다.
온라인 휩쓴 'AI 커버곡' 열풍…상상이 현실로
일반인들의 AI 음악 활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단연 'AI 커버곡' 열풍이다. 기존 곡에서 보컬 목소리만 분리한 뒤, AI 음성 합성 기술을 이용해 전혀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OST AI 커버를 유튜브에 게시한 바 있는 한규민 씨는 "커버곡으로 소비될 수준이면 당연히 팬덤이 두텁다는 뜻"이라며 "그 두터운 팬덤들에게 AI를 바탕으로 다양한 즐길거리를 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는 '임재범 목소리로 부른 뉴진스의 Hype Boy',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과 같이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조합의 AI 커버 영상들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팬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 기술 없이도 비교적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어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노래를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AI로 일반적 작곡의 경계를 넘어 이슈 파이팅에 가까운 큰 그림을 그리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2024년에 게임 내 운영 논란을 풍자하며 등장한 '신창섭 - 다 해줬잖아'라는 곡이 대표적이다. AI가 영상과 노래를 모두 만들었음에도, 특정 시점에 게임 유저들이 느낀 불만과 감정을 정확히 파고들어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이 노래는 한 달 만에 조회수 700만 회를 돌파하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밈(Meme)'이자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과거 AI 작곡 공모전 심사를 맡았던 작곡가 김형석이 "AI에게 명령을 입력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생각과 철학, 인생을 살아왔는지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듯, '다 해줬잖아'의 성공은 AI 기술에 인간의 시의적절한 기획과 공감대 형성이 결합될 때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증명했다는 평가다.
한편 전문가들은 몇몇 과제에도 불구하고, AI가 창작의 문턱을 극적으로 낮춰 누구나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관련 제도와 사회적 합의가 정비된다면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과 협력하여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1인 1음원' 시대, AI가 주도하는 음악 창작의 대중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유진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도 "일반 대중들이 AI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작곡이라는 창작의 영역에 손쉽게 접근하는 중"이라며 "자신만의 취향이 반영된 고도로 개인화된 AI 음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새로운 시장이 부상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AI 작곡가의 파급력이 업계 전반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음악을 공부한 후 지금도 작곡활동에서 손을 놓고있지 않고있는 폴라리스 작곡가 박상준 씨도 "얼마 전 대형 음원업체 및 엔터회사들이 음원 AI 업체에 소송을 걸었으나 이를 취하하고 오히려 인수합병을 시도하며 AI를 인정한 사례처럼, 음악가가 AI를 활용하면서도 자기만의 노래를 만들 여지가 커지고 있다"면서 "AI 기술의 발전으로 작곡가 개인의 밸류를 따지는 시대가 점점 멀어지면서 이미 브랜드가 강한 슈퍼스타가 아닌 작곡가들은 활동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창출부터 저작권까지
AI로 만든 음악의 수익화는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특정 조건 하에 가능하다. 실제로 AI 음악 생성 서비스 'Suno'는 유료 요금제 구독자가 직접 쓴 가사로 만든 오리지널 곡에 한해 상업적 이용 권리를 부여하며, 유튜브는 물론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같은 플랫폼에 유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현실의 벽은 높다. AI 커버곡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해도 원곡 저작권과 가수 목소리의 퍼블리시티권 문제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AI 창작곡은 인간 가수가 가진 고유의 서사나 팬과의 감정적 연결이 부족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성현민 미스트란 프로젝트 팀장은 "AI로 음원을 제작할 경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올려 대중화 전철을 밟는 선에서 일종의 동호회 문화처럼 소비된다"면서 "앞으로는 본격적인 수익화 이슈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에 업계 전체가 이에 대한 합의를 미리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중"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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