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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톺아보기] 美 관세 압박과 EU 제재 속 혼조세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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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톺아보기] 美 관세 압박과 EU 제재 속 혼조세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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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국제 유가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위협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라는 상반된 재료 속에서 2거래일 연속 소폭 하락했다. 시장은 임박한 무역 분쟁이 원유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EU 제재가 실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2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14달러(0.21%) 내린 배럴당 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물 역시 0.07달러(0.10%) 하락한 69.21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오는 8월 1일로 예고된 미국의 대EU 관세 발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EU산 제품에 15% 이상의 관세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며, 멕시코와 EU 제품에는 최대 30%, 한국·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도 20~50% 수준의 관세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이르면 이번 주 대사급 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낙관론을 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미국의 대EU 관세는 석유 수요와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G마켓의 토니 사이커모어 애널리스트 역시 "관세 시한 전까지 관련 우려가 유가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EU가 승인한 18번째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는 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에서 인하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유럽에 수출해 온 인도 대형 정유시설 금수 조치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주된 수입처가 된 중국과 인도로의 공급 경로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췄다"고 주장했으며, 존 킬더프 파트너도 "시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원유가 계속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어 큰 우려는 없다"고 분석했다.


ING는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EU의 수입 금지 조치가 비교적 영향력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 감시와 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만 유가 하락 폭은 제한됐다. 원유와 달리 디젤(경유)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날 디젤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는 상승세를 보였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원유는 다른 지역으로 우회 공급이 가능하지만, 디젤은 공급이 훨씬 더 타이트해지기 쉬운 구조"라며 시장이 디젤 공급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유황 가스오일 선물 가격은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26.31달러 높은 프리미엄으로 마감해 2024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원유 재고 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이커모어 애널리스트는 "재고 지표에서 공급 부족이 확인될 경우, 유가에 일정 수준의 지지력이 형성될 수 있다"며 이번 주 유가가 배럴당 64~7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란이 오는 25일 튀르키예에서 유럽 3개국(영국·프랑스·독일)과 핵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도 향후 유가 향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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