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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잘못도 사과…조현 외교장관의 '3가지' 파격

머니투데이 김인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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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잘못도 사과…조현 외교장관의 '3가지'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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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후임 해수부 장관, 가급적 부산 지역 인재로"
[the300] 엑스포 유치 실패 등 독선 반성하며 실용외교 부각…북한과 대화 의지, 실력 위주 인재 등용도 공언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부각한 메시지는 3가지 관점에서 기존 격식을 깬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부산 엑스포 유치 등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에 사과하며 실용주의 외교의 선명성을 부각한 점이다. 둘째,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북 관련 주도적인 역할에 대한 주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수 파괴'로 평가되는 외교부 제1·2차관 인선처럼 실력이 있다면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 장관은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며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이란 2022년 9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소송으로 해석된다. 당시 MBC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보도했고,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언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그해 12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도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 장관은 "우리가 MBC를 제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급기야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한 데에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과 MBC 제소 사건 뿐 아니라 '2030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당시 외교부는 투표 직전까지 대역전 가능성을 강조했으나 실제 결과는 사우디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라는 결과를 받았다. 당시 정부의 국제정세 판단 미흡, 정책적 독선, 이념적 외교관계 중시 등이 실패 원인으로 꼽혔는데, 이재명 정부는 이와 달리 실용외교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북한 관련 메시지도 기존과 달리 선명성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첫 외교장관인 박진 전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조태열 전 장관 취임사에선 북핵 위협에 대한 우려만 있었다. 이와 달리 조 장관은 더 나아가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 공언 이후 우리나라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추후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할 경우에도 두 국가론에 따라 통일부가 아닌 외교부를 상대로 대화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현재 명칭 변경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부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외교역량은 일차적으로 개개인에서 나온다" "직급별·기술별·채용경로별 경계 갇히지 않고 인재들 적재적소 실력 발휘하도록 하겠다" 등의 메시지도 내놨다.

이는 실용외교를 추진할 인재라면 어느 위치든 등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박윤주 1차관과 김진아 2차관을 임명했다. 박 차관은 외무고시 29회로 김홍균 전 차관의 11기수 후배이고, 김 차관도 1979년생으로 현재 외교부의 뼈대를 이루는 대부분 국장급보다 연령대가 낮아 '기수 파괴' 인사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조 장관이 격식을 깬 취임식을 통해 강조한 실용외교를 실현하려면 우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외교가 추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트럼프 2기가 이재명 정부에 가지고 있는 '친중 정권' 이미지를 극복해 정상회담의 조속한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는 9월3일 중국 전승절에 이 대통령이 초청된 데 대해선 "미국에 불필요한 의구심을 줄 필요가 없다"면서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다음달 1일 고율관세 부과 이후에도 한미 양국 간 원활한 추가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조현 외교장관 "과거 국내정치에 외교 이용돼…국익중심 실용외교할 것"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내 정치에 종속된 외교를 벗어나 실용과 국익 중심의 외교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의 전복'으로 규정하며 비판했고, '바이든 날리면' 언급과 관련해서도 사과했다. 조 장관은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한미동맹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조 장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몇 년간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전환을 겪고 있는 국제적 질서 속에서 우리 외교 안보 환경이 더욱 엉뚱해지는 시기에 외교부 장관직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합리성 증도와 효율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급기야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불가피하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에게는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라며 "외교적 뒷수습을 하느라 애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을 하지 않겠다"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외교 현안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강조하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주요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외교 다변화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심화하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 안보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지평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주어진 외교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직급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장려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 장관은 △격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우선해 꼭 필요하지 않은 문서 절차, 격식을 줄일 것 △상사의 입장이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 말고 독립적인 사고의 주체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밝힐 것 △과학적 지식을 가까이하고 자기의 이성적 판단을 이룰 것 등을 제시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조 장관은 취임식에 앞서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관세협상 등을 흔히들 제로섬(zero-sum)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협상 경험을 비춰보면 논제로섬(non zero-sum), 윈윈의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제로섬이란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말한다.

이어 "한미동맹을 크게 봐야 한다"며 "미래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외교부가 거시적 시각으로 (관세·안보) '패키지 딜'(일괄 거래) 등을 살펴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미국 측과 함께 윈윈의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방미 일정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과 종합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사회를 이해하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는데 과거사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외교부 청사에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이임식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태열 전 장관은 "운명처럼 다가온 위기의 순간과 국무위원으로서 감내한 무거운 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깨달으며 고군분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의 회한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상상조차 못 할 일로 중도에 하차한 미완의 정부 외교부 장관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비상시국, 정상외교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우리 외교를 책임지며 이끌어야 했던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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