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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이시바 참패, 극우 정당 약진... 한일관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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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이시바 참패, 극우 정당 약진... 한일관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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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캐내내스키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캐내내스키스=연합뉴스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재패니즈 퍼스트’(일본인 우선주의)를 내세운 참정당이 15석으로 약진하며 단독 법안 발의 기준(11석)을 훌쩍 넘겼다. 한국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발언을 일삼은 보수당은 창당 2년 만에 2석을 얻었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참패했다. 총 122석에 그쳐 과반(125석)에 못 미쳤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이시바 총리는 자리를 보전하기 위태로운 처지로 몰렸다. 21일 사퇴를 거부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소수여당으로 전락한 만큼 주요 사안마다 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내부 강경 요구에 시달려 리더십에 힘이 빠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한일관계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가 한국에 우호적이었고, 이재명 대통령과 첫 대면회담을 가진 4강 정상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아쉬운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일본의 우경화다. 참정당은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며 세를 불렸다.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사회문제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선거과정에서 한국인 멸시 발언도 서슴없었다. 그들이 표방한 일본인 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듯, 오로지 일본인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라는 엄포나 다름없다.

우리로선 대일외교에 암초를 만난 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이시바 총리와 만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며 치켜세웠다.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는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인 만큼 유연하고 합리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이 우경화에 물들어 경직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과거사와 협력을 분리한다지만, 역사문제에 발목 잡혀 허탕친 전례가 수두룩하다. 한일관계에 일본 우익세력이 찬물을 끼얹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매년 양국을 오가는 인원이 1,200만 명을 넘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미래로 함께 가는 확고한 공감대만이 정략적인 혐한을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