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5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45.6%로,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취업자 수는 36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7만3000명 줄었는데, 전월 15만명 감소보다 더욱 확대된 수치다.
청년 실업률은 6월 기준 6.1%에 달했다. 또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40만8000명으로 전월 대비 1만2000명 늘어났다. 특히 고학력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포기한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날 기업 경영성과 평가기관 CEO스코어가 발표한 ‘대기업 연령대별 직원 비중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의 20대 직원 비중은 7.3%에 그쳤다. 2022년 9.5%에서 꾸준히 하락해 불과 2년 사이 2.2%포인트 내려앉았다. 이에 비해 40대는 37.1%, 50대는 21.6%를 각각 차지해 사실상 중장년층이 대기업 조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대가 대기업 정규직 진입조차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정규직 전환율은 26.3%로 전체 평균 42.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스펙은 넘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청년들의 외침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대기업의 채용문이 닫히자 20대 청년 상당수가 소자본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 못 간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통계청과 국세청 자료를 종합하면 2023년 기준 20대 창업자의 폐업률은 20.4%이고, 30대는 14.2%였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농협은행의 ‘NH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후 5년 내 폐업 비율은 94%이며, 심지어 창업 1년차에 문을 닫는 이들도 52.6%에 달한다.
창업 업종도 편중돼 있다. 20대 창업의 75% 이상이 요식업과 카페, 네일샵 등 소매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어 경쟁 심화와 입지 실패, 고정비 부담에 시달렸다. 특히 “프랜차이즈 창업은 안정적”이라고 믿고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가맹·장비 등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 부담에 휘청이는 모습이다.
폐업 후 청년들이 직면하는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한국은행과 여신금융협회의 공동 자료에 따르면 20대 채무자 수는 2021년 말 134만명에서 2024년 말 169만명으로 3년 새 26% 급증했다. 또 청년 자영업자는 일반 동년층보다 은행 수신 잔액은 26% 적고, 연체율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드 대금 연체율이 3건 이상 확대될 확률은 20대 일반 인구 대비 32% 이상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년 일자리는 새롭게 변화되는 외부 요인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8300만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AI)에 의한 자동화로 소멸할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무직·콜센터·기획·회계 직군에서 대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 공공 및 금융 분야에서는 60세 정년을 연장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 인원은 540여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060명) 대비 절반 수준이다.
새 정부의 국정 목표 주요 우선순위에 청년 일자리 정책이 핵심으로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는 다각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서는 현재의 악순환 구조를 깨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청년 대상 비경력 공정 채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공공기관 인턴의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는 방안, 청년 창업 실패자에 대한 지원 제도 다각화와 인공지능(AI)·디지털 역량 맞춤교육 확대, 일자리 이양형 고용지원금 도입을 통한 고령층과 청년의 세대 연계 일자리 상생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 고용시장의 AI 대체, 정년 연장, 양질의 일자리 감소라는 난제 앞에서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새 정부와 재계, 기존 근로자 모두 머리를 함께 맞대야 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유가증권(코스피·KOSPI)시장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옴부즈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