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특별검사(오른쪽)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개신교계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그간 드러난 의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통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는데,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복수의 경로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향해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새 구명 로비의 핵심 고리에는 개신교계 원로 두 명과 현직 국회의원이 연관돼 있어 향후 특검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민영 특검보는 21일 브리핑에서 “개신교가 구명 로비 통로로 이용됐을 가능성을 별도로 확인하고 있다”며 “(구명 로비) 연락이 오간 것이 아닌가 하는 정황이 보여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압수수색 결과물 분석과 당사자 조사를 하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임 전 사단장과 그의 부인을 비롯해 주요 개신교계 인사와 교회 및 개신교 방송국 등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검팀은 해병대 1사단 군종실장을 지낸 백모 목사,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자택과 극동방송 사무실, 이영훈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자택과 순복음교회 당회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윤핵관(윤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알려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 고석 변호사 자택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그간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김 여사와 친분을 쌓은 이 전 대표를 통해 로비가 이뤄졌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전 대표가 해병대 출신이 모인 온라인 단체대화방 ‘멋쟁해병’에서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채모 상병 순직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임 전 사단장을 보호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검팀 수사는 임 전 사단장의 로비 경로를 추적하던 중 종교계까지 확대됐다. 로비 의혹의 핵심에 거물급 개신교 원로인 김 목사와 이 목사, 이 의원이 얽혀있다고 의심할 정황이 나오면서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초부터 자주 함께 만나 친분을 쌓았던 두 목사와 윤핵관인 이 의원을 통로 삼아 임 전 사단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소환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채해병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특검팀은 채 상병 사건 초동 수사기록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진 2023년 7월31일 관련자들의 통화기록에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당일 낮 12시53분쯤 임 전 사단장이 부대 군종실장이던 백 목사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날 김 목사는 이 의원과,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 특검팀은 백 목사가 교계 인맥 등을 통해 김·이 목사 등에게 로비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핵심 고리로 지목된 두 목사가 임 전 사단장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했는지 등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 관련자들이 통화하면서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도 추가로 규명해야 할 대상이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 이후 김·백 목사 등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앙에 관련된 대화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목사와는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당사자를 직접 소환 조사해 이런 점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정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당사자 조사는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압수물 분석이 진행된 다음에 소환해 조사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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