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별샘’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한국사의 본질은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며 “과거 인물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떻게 살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역사 수업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CJ나눔재단 제공 |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일까요? 우리 세대만 해도 역사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지만, 지금 ‘단일민족’은 금기어예요. 왜 그럴까요?”
씨제이(CJ)나눔재단이 지난 7월18일 진행한 ‘씨제이도너스캠프 교사 교육’ 강연자로 나선 ‘큰별샘 최태성’ 강사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씨제이나눔재단은 20년간 전국 4천여 개 지역아동센터 및 기관의 아동·청소년의 문화 교육과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는 다문화 인식 개선 필요성에 따라 전국 지역아동센터 교사 150여명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때문에 이날 강의 주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주의 역사’였는데, 최태성 강사가 이런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진 이유는 왜일까.
그는 “단일민족이라는 규정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사례가 사실이라면 “가야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후’는 인도에서 온 다문화 여성이었다. 이들의 후손이 김해 김씨, 김해 허씨가 되는데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모두 다문화 출신인 셈이다. 이런 역사를 누구나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다문화 또는 이주배경 학생들을 증오하고 혐오했을까”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강연에 앞서 최태성 강사를 만나 다문화 인식 전환을 비롯해 역사 교육이 중요한 이유, 지금 역사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화다양성, 즉 역사 강의를 하면서 ‘이주’와 ‘다문화’를 주제로 다룬 이유가 있나.
“얼마 전 재능기부로 충남 소재 한 중학교에 강의를 다녀온 적이 있다. 전체 학생 600명 중 41%가 다문화 출신이어서 깜짝 놀랐다. 다문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수치로 직접 들으니 상상 이상이었다. ‘곧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성장하겠구나.’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잘 성장해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이주민, 다문화(이주배경) 학생, 재외동포에 대한 혐오와 증오 정서가 팽배하다. 우리 민족의 이주 역사를 알게 된다면 그런 정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사를 알면 다문화에 대한 증오와 혐오 정서가 사라진다?’ 그 상관관계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국민 최초의 공식 이민은 1902년이다. 당시 100여 명이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하와이로 출국했다. 이들 대부분 경제적으로 부유해졌고, 자식농사도 성공하는 등 잘 정착했다. 하와이 이민 3세대로 미국 최초 한국인 출신 시장을 역임한 해리 김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의 시각에서 본다면 ‘다문화’ 출신이다. 그런데도 그는 미국인 대상 연설에서 ‘국적으로 보면 자랑스러운 미국인이지만, 제 고국은 대한민국입니다.’ 즉, 자신의 뿌리가 대한민국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감동적이지 않나? 하와이에서 해리 김의 자라온 과정과 배경을 안다면, 다문화, 이주배경 학생을 향한 우리의 혐오와 증오 감정은 부끄러운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제 고국은 ○○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이들과 함께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주, 다문화에 대한 이해 여부와 별개로, 역사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역사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이 개인의 마음 속에 깔려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보인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생들은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갈 겨를도 없이 입시라는 정글 속에 던져져 각자도생, 즉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위해서만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게 과연 개인에게 옳고 위대한 삶일까.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이로울까.”
‘큰별샘’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세계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에서, 학교 수업에 적확한 5분 정도 영상을 저작권 없이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CJ나눔재단 제공 |
‘큰별샘 최태성’ 강사는 20여년간 고교 역사 교사로 활동하며 이비에스(EBS) 인터넷 강의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며 명성을 쌓았다. 케이비에스(KBS) 역사저널 ‘그날’, 티브이엔(tvN) ‘벌거벗은 한국사’ 출연 등을 계기로 이른바 대한민국의 ‘일타강사’가 되었음에도 엄청난 수익을 포기하고 무료강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3월 제이티비시(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사설 인강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방송, 강연, 책 판매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역사에 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방송에서 ‘타워팰리스 살고, 벤츠도 몰고 싶다’고 말해서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무료강의’ 소신을 지키는 이유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교 졸업 후 교사가 된 건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어느날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접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터지고 2차 출정지인 사천해전에서 총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한다. 그가 이듬해인 1593년 유성룡에게 편지를 썼는데, ‘빨리 낫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크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이순신은 자신의 직업이 군인, 즉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 싸워야 하는 도구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빨리 완쾌돼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이순신의 모습을 접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내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역사를 매개로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그 통로를 만드는 것이 내 도리이고, 역할이다.”
–‘역사’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많은 분들이 역사를 암기하는 과목이라고 오해하는데, 역사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사의 본질은 사실 암기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다. 과거의 인물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선택을 했고, 그 배경이 무엇이며, 결과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역사 수업의 본질이다. 즉,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니까.”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칠 때 어려웠던 점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줄 영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4세기(1309~1377) 교황청이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된 시기를 지칭하는 ‘아비뇽 유수’를 설명하는 수업에서, 관련 영상을 보여주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세계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에서, 학교 수업에 적확한 5분 정도 영상을 저작권 없이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료는 자막만 달면 제3세계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날 강연을 마친 ‘큰별샘 최태성’ 강사는 곧바로 미국 텍사스 한글학교 재능 기부 강의를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그는 “한반도 밖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어떻게든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예정된 강연, 이로 인한 수익들을 취소하면서까지 출국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가진 재능을 이들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가 2023년 6월 개청한 재외동포청 1기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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