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일 일본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 결과 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자민당 총재와 총리 사퇴 압력에 대해서는 “새 정치 방향을 찾겠다”며 거부 뜻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투표 다음날인 21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자민당 총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는 “선거 결과를 겸허하고, 진심으로 받아야 들여야한다”며 “다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가장 많은 의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39석을 얻은 것으로 집계했다. 공명당이 얻은 8석을 더하면 두 연립여당이 이번 선거에 걸린 125석(보궐 1석 포함) 가운데 47석을 확보했다. 6년 임기의 일본 참의원은 전체 248석을 놓고 3년마다 선거를 치러 절반씩(124석) 의석을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민-공명 연립여당 합계 50석 획득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실패했다. 연립 여당 50석은 전체 248석 중 참의원 과반 유지를 위한 최소 의석수로 비교적 낮은 목표였으나,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퇴진 없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그는 “물가 상승과 난카이 대지진처럼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자연재해,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 등 국가적 위기라고 할 상황에 처해 있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정책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에 중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정치를 멈추거나 표류시키지 않고, 제1당으로서 책임과 국민·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과반 유지에 실패했어도 의석 수 숫자로만 보면 자민당이 제1당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전날 밤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의석수 기준) 제1당으로서의 책임이 무겁다”며 사임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대표 회담을 갖고, 향후 정권 운영에 계속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는 자민당이 중·참의원 양원에서 소수 여당이 된 것을 염두에 둔 듯 “공명당 뿐 아니라 다른 정당과도 진지한 논의를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새 정치의 방향을 찾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국회 과반을 잃은 만큼 연립 정당의 틀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또 이번 선거 패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고물가 관련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물가 상승 분을 넘는 임금 인상이 실현될 때까지 정부 재정을 고려해 당파를 초월한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민당이 과거에도, 미래에도 국가 미래와 국민을 책임지는 정당”이라며 “국민들과 각 정당들의 이해와 협력을 진심으로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